하이닉스·대우조선해양 수년째 진통
'분리매각 결정' 대한통운 "진전 기미 보인다"

산업팀 = 자산규모 수조원이 넘는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면서 이들의 하반기 매각 가능성에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자산규모 16조원에 달하는 하이닉스와 수년째 재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등은 아직까지 뚜렷한 인수주체가 나서지 않으면서 연내 매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한동안 분리매각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대한통운은 최근 분리매각을 하기로 결론나면서 매각을 위한 진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투자부담…우선순위서 제외" 난항 겪는 기업들 =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빅3' 기업 중 하이닉스와 대우조선해양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산규모 16조원의 하이닉스의 경우 인수 기업의 투자에 대한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사들이자마자 수조원의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애초 이달 말로 예정됐던 하이닉스 재매각 공고는 다음 달 말로 다시 연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안팎에선 지난 2009년 효성이 의사를 타진했을 때 성사시켰어야 한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시장 안팎에선 외환위기 '빅딜' 과정에서 반도체 사업부를 현대에 넘겼던 '원주인' LG가 하이닉스를 사들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LG측은 "관심이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여러번 밝혔듯 하이닉스 매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구본무 회장도 이미 여러차례 주력 사업만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사업을 진행 중인 효성이나 동부 등 중견그룹이 긍정적 태도를 보이거나, 외국계 자본이 뛰어들지 않는 한 매각 작업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매각이 무산되고서 재매각 작업이 잠잠해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올해도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대한통운과 하이닉스 등이 M&A시장에 나와있는 상황에서 우선순위기 밀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일 재매각이 된다면 2008년 매각 작업에 참여했던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중 현대중공업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많다.

GS는 인수전 막판에 발을 뺐고,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고 나서 대한통운 인수 작업에도 뛰어들어 자금 여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는 인수 무산을 두고 산업은행과 법정 공방까지 벌였기 때문에 다시 참여할지는 불투명하다.

◇ '최대어' 대한통운…분리매각 결정으로 진전 보일까 = 반면 애초 자회사의 분리매각 문제로 진통을 겪으면서 연내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물류업계 '최대어' 대한통운의 경우에는 최근 가까스로 숨통이 트인 모습이다.

3개 자회사 중 금호터미널 분리 매각에 반대했던 롯데와 분리를 주장했던 포스코ㆍCJ의 상충된 입장으로 매각이 잠시 중단됐지만 분리매각으로 결론나면서 다시 활기를 띠는 것.
현재는 롯데 측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포스코와 CJ의 2파전 가능성도 점쳐지는 형국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으나 본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외시장 확대가 절실한 포스코는 물류회사를 끼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을, CJ는 CJ GLS와의 연계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매각 일정은 다음 달 본입찰을 거쳐 7월 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늦어도 9월 초께 인수대금 입금을 포함한 모든 절차를 끝내는 식으로 진행된다.

분리 매각되는 3개 자회사는 사업연계성이 큰 대한통운의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이 되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채권단과 매각 주관사는 이들 자회사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 중이며, 평가가 끝나면 내달께 금호아시아나를 대상으로 우선협상을 벌인 뒤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는 대형 매물인 쌍용건설의 매각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쌍용건설의 1대 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하반기에 지분 50.07%를 매각할 예정으로, 2대 주주이자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닌 우리사주조합의 인수가 유력한 상황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15.07%를 보유하고 있고 캠코 지분 중 24.72%를 먼저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매각 절차가 진행되면 우성매수청구권을 행사하고 쌍용양회 지분 등 우호지분을 합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업체로는 기업회생절차 중인 성지건설이 지난달 25일 M&A공고를 내고 내달 14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는 중이다.

성지건설 관계자는 "삼라마이더스 컨소시엄의 인수가 무산돼 공고를 냈다"면서 "현재까지 3~4곳에서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