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고성능 브랜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 "

지난 3월 독일 뮌헨에서 만난 카이 세글러 BMW 고성능 브랜드 'M' 총괄이 했던 말이다. 여기에 자극을 받았던 탓인지 현대차도 결국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양산차에 각종 성능 향상 부품을 별도로 적용해 '잘 달리고,잘 서고,잘 도는' 자동차를 내놓기로 했다. 더불어 고성능 브랜드를 따로 운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고성능 브랜드를 초기부터 공격적으로 운용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소비자들이 고성능 제품에 긍정적 반응을 보내야 하고 고성능이 드러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현대차는 연구소 검증이라는 전술을 택했다. 소비자가 고성능 차종을 주문하면 믿을 수 있는 연구소의 품질 확인을 거쳐 인도하는 방식이다.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만 갖췄다고 성사되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고성능에 걸맞은 마케팅 활동이 필수다. 대표적으로 모터스포츠가 꼽힌다. 자동차경주를 통해 성능 입증을 받았을 때 브랜드 가치도 우뚝 서게 된다. 단순 개조를 통한 가속력 끌어올리기가 아니라 고성능 제품 개발 과정의 하나로 모터스포츠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차의 글로벌 모터스포츠 활동은 거의 전무하다. 과거 엑센트로 월드랠리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참여를 중단했다. 현재는 제네시스 쿠페를 내세워 국내 경기에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지만 모터스포츠는 정작 우물 안에 머무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차종의 등장은 반갑기만 하다. 브랜드 시동 걸기로 쏘나타와 벨로스터 고성능 버전을 내놓은 뒤 향후 발전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속도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것처럼 조금씩 내디뎌야 한다.

물론 해결 과제도 있다. 고성능일수록 배출가스 문제에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고,국내 법규도 고려해야 한다. 선진국과 달리 국내 자동차 개조 허용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주행할 때 분출되는 배기음이 조금만 커도 소음으로 인식되는 국민적 정서도 감안해야 한다. 승차감이 좋으면 핸들링이 떨어지는 것처럼 개인 만족과 국민적 정서는 늘 상반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고성능 브랜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판매는 많지 않아도 현대차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성능 차종을 개발하고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삼을 수도 있다. 도요타 BMW 벤츠 등이 고성능으로 누리는 혜택이 기업 브랜드라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 한 가지,현대차가 마음을 열어야 할 대목이 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자동차 성능 향상 작업은 쉼없이 계속된다. 강호의 고수들이 직접 만든 뛰어난 부품이 적지 않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가 시작되면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개발 능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영국,미국 등지에 즐비한 '뒷마당 기술자(Backyard Builder)'가 한국에도 곳곳에 숨어 있다. 성능 향상이 목표라면 현대차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 골리앗과 다윗이 손잡는 것,그게 바로 동반 성장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