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이 2배로 뛸 겁니다. "

경기도 김포시 학운리에 있는 소형 발전기 업체인 티에스파워의 박동훈 해외영업팀장은 요즘 한껏 고무돼 있다. 박 팀장은 "발전기는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이기 때문에 이 업계에선 호황이라는 게 거의 없다"면서 "요즘 국내 건설 경기도 썩 좋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는데 일본 덕분에 살아났다"고 말했다. 티에스파워는 지난달 말 일본 최대 포토마스크 제조업체인 호야에 400㎾급 디젤엔진 발전기를 납품하는 등 일감이 몰려 작년 110억원이던 연간 매출이 올해 2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비상용 발전기 업체들이 일본 특수를 톡톡히 맛보고 있다. 일본이 원전 사고로 전력 비상이 걸리면서 국내에서 발전기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일본엔 세계적인 발전기 제조회사들이 즐비하지만,부품 수급이 원활치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발전기 업체들 "올해만 같아라"

중소 발전기 업체들이 몰려있는 인천 남동공단 입구에 들어서자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윤희택 인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요즘 남동공단을 비롯해 인천 제조단지에 일본 바이어,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바이어들이 남동공단에서 가장 많이 찾는 아이템은 비상용 발전기다. 남동공단에 입주해 있는 A사 관계자는 "중고라도 좋으니 사겠다는 문의도 꽤 들어온다"고 말했다. 빌딩용 전기설비 설치 전문업체인 부현전기의 김홍수 사장은 "남동공단의 소형 발전기 조립업체들이 웃돈 주는 일본 바이어로 물건을 먼저 빼는 바람에 국내 업체들이 발전기를 못 구해 애태우는 일이 발생할 정도"라고 전했다. 3개월을 기다려도 못 구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정체 상태에 있던 중소 발전기 제조업체엔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다. 티에스파워 박 팀장은 "오뚜기에 기술을 이전했다고 하는 일본 식품회사인 규피마요네즈가 56㎾급 비상용 발전기 2대를 사갔다"며 "더욱 고무적인 건 지금도 견적 문의가 엄청나게 밀려 와 이달 말께 300~600㎾급 발전기 300대 수출 계약도 성사될 것 같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제조업체인 이룸지엔지도 지난 4일 일본의 이코노와 3㎾급 터보 풍력발전기 20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회사 관계자는 "풍력발전기를 도입해 도쿄 지역의 가로등과 전기자동차 충전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하더라"며 "이번 계약은 초도 물량 계약일 뿐이고,앞으로 18개월 동안 총 10회에 걸쳐 최소 200기,최대 2000기의 발전기를 공급하기로 양사 간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남동산단에 위치한 10여곳의 다른 발전기 제조업체들도 연일 밀려드는 주문 문의로 분주하다. 남동공단 관계자는 "공단 내 발전기 생산업체들이 받는 주문량이 4월에 비해 4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무엇보다 대량 공급이 가능한지를 묻는 전화가 많다"고 전했다.

◆"이 참에 일본 시장 뚫자"

일본 바이어들이 한국산 비상 발전기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한 데다 빠르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노 한국산업단지공단 경인본부 팀장은 "국산 발전기는 공급에 짧은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선호도가 높다"며 "향후 수년간 주문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전기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태국에서 노후 발전기를 긴급 수입하기도 했다.

서강석 KOTRA 기간제조산업팀장은 "이달 18일에 코엑스에서 전력기기전시회를 열 예정인데 이례적으로 일본의 대형 전력,중공업 회사들로부터 문의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출 상담회엔 간사이전력,주고쿠전력,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처럼 일본 발전기 수출 물량이 늘자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13일 오후 효성 현대중공업 등 발전기 제조업체 10곳이 참여하는 발전기협의체를 발족했다. 국내 기업들 간에 일본 현지 발전기 수요 예측과 시장 정보를 사전 파악해 공유하고 수출 업체들의 애로사항 등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6월 말까지 일본에 '발전기 수출 촉진단'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동휘/하헌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