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7일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향후 통화정책의 일부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2차 양적완화 정책이 6월 말 종료되지만 통화완화 정책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알듯말듯한 수사로 메시지를 던졌다. 달러 가치,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및 부채 문제 등 자신의 영역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드러냈다.

◆"2차 양적완화만 완료한다"

2차 양적완화는 미국 안팎에서 비난이 일고 있는 정책이다. 버냉키는 "2차 양적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금융시장 여건을 개선시켜 효과적이었고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당초 시한대로 6월 말까지 2차 양적완화를 종료하나 통화완화 정책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6월 말 이후에도 FRB가 보유한 증권의 만기 도래분 원리금은 국채 매입 등에 계속 재투자해 달러를 시중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금리인상은 몇 차례 회의 후?

"액션을 취하기 전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앞으로 두세 차례(a couple of) 더 열려야 할 것 같다. " 그는 FOMC 발표문의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한다"는 표현에서 '상당 기간'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그의 답변은 FOMC 회의가 최소한 두세 차례 더 열릴 때까지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FOMC 회의는 대략 6주마다 열린다. 이 계산에 따르면 이르면 3개월 후엔 금리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다.

◆"인플레는 일시적일 것"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는 일시적이며 인플레 기대심리는 여전히 낮다"고 진단했다. 석유,원자재 등 인플레의 원인은 세계적인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탓이고 고유가는 이머징마켓의 급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FRB가 석유를 더 개발할 수도 없으며,이머징마켓의 성장률을 통제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FRB의 제로금리 정책과 1,2차 양적완화로 글로벌 인플레를 야기시켰다는 세계적인 비난을 비켜가는 주장이다.

그는 "인플레가 심각해지면 실업자가 더 생겨난다"면서 장기 실업자 문제를 우려했다. "6개월 이상 장기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문제가 2차대전 이후 가장 심각하다"며 "실업자 가운데 45%가량이 장기 실업자"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건설경기 위축,정부 지출 감소 등이 겹쳐 성장률도 둔화됐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 3.1%에 비해 대폭 둔화됐고 기존 예상치 2%에도 못미쳤다.

◆"강한 달러는 모두에 이익"

버냉키 의장의 입장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달러 가치 문제는 가이트너 장관이 다뤄야 할 문제라고 했지만 자신의 속내를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강한 달러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단기적인 등락보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RB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이 약달러를 부추긴다는 비난이 있는데 통화정책을 바꿀 의향이 없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그는 또 "정부와 의회가 막대한 재정적자 및 부채를 해결하지 않으면 금융시장과 경제 성장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