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코어가 곡물값 폭등 배후세력"
내달 홍콩과 런던에 동시 상장할 글렌코어의 상장 주관사 가운데 하나인 UBS 자료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FT가 전했다. 글렌코어가 지난해 밀과 옥수수 선물을 자기자본으로 매수한 후 공개적으로 러시아 정부에 수출금지를 촉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사의 러시아 곡물 담당 책임자인 유리 오그네프는 작년 8월3일 "모스크바(러시아 정부)는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틀 후인 8월5일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고 국제 밀 가격은 그 이후 이틀 동안 15%나 폭등했다. 옥수수 선물 가격도 작년 9월 이후 최근까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UBS는 이 자료에서 "글렌코어 곡물 담당자들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러시아 가뭄 등 곡물 생산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정보를 제때 얻었다"고 덧붙였다.
글렌코어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상품거래 회사다. 러시아 곡물은 글렌코어가 가장 많이 거래하고 있고 카길 등 미국 회사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지난해 글렌코어는 곡물 사업에서 6억5900만달러의 경상이익을 올렸다. 2009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곡물 투기거래가 드러남에 따라 글렌코어는 지난해 3분기부터 계속된 국제 곡물가 급등의 배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글렌코어 측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우리는 더 비싸게 곡물을 사서 다른 국가에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러시아의 수출금지는 영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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