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Times의 확대경] 여성 전용車 'YCC' 엔진룸 여는 후드가 없네
남성과 여성은 하는 일이 달랐다. 남성는 사냥하고 여성은 채집했다. 그 결과 남녀의 신체와 두뇌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과거 운송수단이 남성의 전유물이 됐던 것도 따지고 보면 남녀의 차이 때문이다. 사냥을 해야 했던 남자는 신속한 이동수단이 필요했고 말을 타기 시작했다. 1890년대 말의 대체 수단으로 자동차가 등장하자 남성은 굳이 길들이지 않아도 빠르고 안락한 자동차로 관심을 돌린다.

여성을 대표하는 첫 교통수단은 마차다. 중세 시대만 해도 여성은 외부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금기였다. 바깥을 출입할 때는 사방이 가려진 마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마차를 만드는 사람은 주로 남자였다. 이들은 말의 품종과 힘을 중요하게 여겼을 뿐 탑승자를 위한 승차감이나 실내 편의장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전통은 자동차의 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른 지위 상승은 여성도 자동차 선택권이 있음을 입증했다. 요즘엔 여성이 차종을 선택하는 일이 다반사다. 통상 남성들은 엔진 종류와 마력,실린더 크기,가속력,배기량,연료소모량 등 갖가지 기계적인 측면에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복잡한 기계적 숫자의 나열보다 색상,실내 분위기,적재 공간,편안함 등을 우선한다.

여성 전용 자동차의 대표적인 예는 몇 해 전 볼보에서 만든 컨셉트카 YCC다. YCC는 'Your Concept Car'의 약자다. 35명의 개발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자였고 총책임자 또한 여성이 맡았다. 개발팀은 YCC 수요자를 독신의 고소득 직업여성으로 정했다. 고심 끝에 엔진룸을 여는 후드(Hood)를 없앴다. 여성 운전자들 대부분이 자동차가 고장 나도 수리나 정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운전석 뒤 머리지지대에 오목하게 홈을 파 머리카락을 땋은 여성을 배려하기도 했다. 물론 여성만을 위한 차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소비층을 넓게 잡아야 하는 자동차의 범용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그래서 최근엔 여성과 남성 모두가 만족하지만,필요에 따라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구분해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구상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GM의 미래형 연료전지자동차 '하이와이어'가 그런 사례다. 이 차는 차체를 스포츠카와 세단 두 가지 모드로 바꿀 수 있다.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남성과 세단을 선호하는 여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바뀌는 것은 외관만이 아니다. 성능도 차체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신개념의 자동차.영화 속 상상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