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였던 현대그룹이 추가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환영하며 상생을 모색하자"고 화답했다. 그룹 적통성 논란에 이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벌였던 두 그룹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그룹 "재항고 포기"

현대그룹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범(汎)현대가의 화합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현대건설 매각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대법원에 재항고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책임 있고 진정성 있는 구체적 제안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현대상선 지분(7.8%)을 현대차그룹 측이 양도해주기를 내비친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공식 대응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이 재항고 등 법적 분쟁을 중지하기로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며 "대승적인 견지에서 화합과 상생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상호 신뢰 하에 지혜롭게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단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물꼬는 튼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 입장에선 실익이 없는 법적 대응 대신 현대상선 지분이라도 얻겠다는 실리를 선택한 것"이라며 "집안의 갈등을 주도적으로 풀어야 할 현대가 장자인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에 앙금을 털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엔 정주영 회장 10주기 행사

다음 달 21일로 예정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행사도 두 그룹 간 화해 무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현대가 기업들이 정 명예회장 추모행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행사를 총괄하며,정 명예회장의 생애와 업적을 사진으로 담아낸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사진전'과 '아산 정주영 10주기 추모 음악회'를 연다. 회사 관계자는 "10주기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각사별로 진행하던 정 명예회장 추모행사를 범 현대가 기업들이 함께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고인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범 현대가 기업은 현대차그룹,현대중공업그룹,현대백화점,현대해상,아산재단 등이다. 현대그룹이 아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추후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도 범 현대가 기업인 만큼 행사 참가 여부를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모 사진전은 3월1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과 범 현대가 기업 주요 사업장에서 진행된다. 사진전의 주제는 정 명예회장의 생애다. 그가 현대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내기까지의 발자취를 사진과 영상에 담아 일반인에게 알릴 계획이다. 추모 음악회는 3월14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다.

범 현대가 이외의 단체들도 정 명예회장을 추모하는 성격의 행사를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건설협회는 3월 중 정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엮은 4권짜리 전기만화 '대한민국 경제신화 정주영'을 완간할 예정이다.

조재길/송형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