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은 국내 최대의 벌크선(건화물 운반선) 해운회사다. 벌크선업계는 업황 변동이 크지만 이 회사는 장기화물 계약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게 장점이다. 중량물 운반선과 곡물 터미널 등의 신규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종합 해운사로 성장하고 있다.

◆화물영업 비중 높아 본업에 충실

STX팬오션의 작년 3분기 기준 매출은 1조6589억원,영업이익은 376억원,당기순이익은 531억원이다. 매출비중은 벌크선이 75%로 가장 높고 컨테이너(13%),탱커(7%),자동차 운반선(1%),액화천연가스 운반선(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목할 것은 화물영업 대 용대선영업 비중이 약 8 대 2로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해운 등 다른 벌크선사들이 용대선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은 것과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 물동량은 아시아가 32%로 가장 높고 오세아니아(31%) 북미(16%) 남미(14%) 아프리카(5%) 유럽(2%) 등이다.

벌크선 사업부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기선은 철재와 목재,부정기선은 곡물 비료 석탄 광물 목재펄프를 운반한다. 대형선은 철광석 석탄 곡물을 운반한다. 자원부국들이 주로 보유한 철광석과 목재펄프 부문은 세계 1위 업체들과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협력업체로는 브라질의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업체인 발레와 펄프생산업체인 피브리아가 있다.

또 중국과 한국에 있는 주요 제철소와 국내외 대형 발전소,원료생산업체 및 거래회사 등의 주요 벌크 화주들과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9개사와 2억5000만t 규모의 장기화물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신규 시장 및 사업 진출 활발

STX팬오션은 작년 10월 피브리아와 2012년부터 25년간 목재펄프를 전량 운송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계 선사가 독점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대서양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향후 점진적인 계약 확대가 예상되며,머지않아 선도적인 지위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재펄프 운송사업은 철광석 석탄 등과 비교해 장기계약 대비 이익률이 우수하며,장기 계약 비중을 5% 이상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화주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非)벌크선 사업부문 중 컨테이너선은 아시아 역내운송을 주로 담당한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중대형 탱커,화학운반선 등 유조선 부문은 중동-극동,태평양 및 인도양 수역에서 원유 정제유 팜오일을 운반하고 있다.

자동차선은 극동지역 및 남미 유럽 등에서 승용차와 트럭을 운반하며,액화천연가스선은 한국가스공사와 운송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신규 사업으로는 곡물터미널과 해양작업지원선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곡물터미널은 미국 번기(51%) 및 일본 이토추(29%)와 공동 투자로 건설 중이다. 미국 워싱턴주 롱뷰항에 위치한 이 곡물터미널은 2009년 5월 착공해 내년 완공 예정이다. 연간 800만t가량의 곡물을 처리할 수 있는 저장설비를 비롯해 육상레일,부두 및 하역설비 등도 갖출 예정이다. 완공되면 STX팬오션은 신규 수송물량 증가로 새로운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양작업 지원선 부문도 해양플랜트 수요 증가에 힘입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4700DWT(재화중량t수)급 해양작업지원선 3척을 신규 발주할 예정이며 2013년까지 총 3척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작년 3분기 기준 STX팬오션이 보유한 선단은 사선 85척,대선 341척으로 총 426척에 달한다. 신조선 인도 및 장기용선선 추가 확보를 통한 지배선대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현황을 보면 신조선 발주 17척(벌크 11척,비벌크 6척),신조선 인수 13척(벌크 9척,비벌크 4척),노후선 매각 3척(벌크 3척)이다.

매출총이익률은 작년 3분기 기준 4%로 사선은 19%,대선은 0.7%다. 향후 사선 비중이 높아지며 매출총이익률을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상승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도입되는 사선들의 선가가 과거 도입됐던 선가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매출총이익률은 벌크선 시황을 나타내는 건화물 해상운임지수(BDI)와 관련이 크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세계 벌크선사들의 공급 과잉이 2012년 중반까지 지속되며 BDI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운항원가는 용선료가 53.7%로 가장 높고 연료비(22.2%),항비(7.0%),화물비(6.0%)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벌크선박 증가세 꺾이면 수익성 개선

벌크선 증가율이 둔화돼야 STX팬오션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 벌크선의 선대 증가율은 물동량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물동량 증가율은 6~8%로 전망되지만 선대 증가율은 2배가 넘는 17%로 추정되고 있다. 또 벌크선들의 신규 계약과 인도물량도 증가 추세여서 벌크선 선대 증가율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BDI가 올해까지는 큰 상승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년에는 정상 국면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STX팬오션의 이익 규모는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만큼 물동량 증가 추세도 이어질 것이며,불황기에 사선 비중을 적극적으로 높인 효과가 점차 나타날 수 있어서다.

또 최근 발생한 호주의 홍수로 인한 석탄 생산량 감소는 조만간 복구될 수 있는 만큼 현재 1000포인트대에 머무르고 있는 BDI도 2000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TX팬오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세계 벌크선사들의 평균보다 10~20% 정도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BDI 상승과 함께 단기 급락했던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주익찬 <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