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물가 불안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2008년 중반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시 촛불사태가 어느정도 진정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안정을 내세웠다. 이 대통령은 6월3일 국무회의에서 "유가급등 등 대외 경제여건이 나빠지면서 서민생활이 악화됐다"며 "서민 경제에 주안점을 두라"고 지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그해 6월11일 이동통신사 병원 정유회사 등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7월9일엔 '도시락폭탄'이 터졌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이른바 외환당국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대규모로 달러를 매도했다. 원 · 달러 환율을 끌어내려 물가상승폭을 줄여보자는 목적이었다. 물가 중에서 특히 휘발유 가격 급등이 최대 이슈였다.

이로부터 한 달정도 뒤인 8월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연5.25%로 올렸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기 5주 전이었다.

이 대통령은 2011년 들어 다시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일 신년연설에서 "5%대의 고성장과 3%대의 물가안정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공정위가 먼저 나섰다. 한은 금통위도 보조를 맞춘 듯 13일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같은 시간대에 진행된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어떤 것보다 유가가 다른 물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엔 외환당국이 나설 차례인가.

이번 주 시장의 관심은 환율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저환율(원화강세)은 해외발 인플레이션 유입을 억제하는 효율적 수단임에 틀림없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5% 오를 때 원 · 달러 환율이 5% 내리면 국내 유가는 변동이 없다.

지난달 수입물가가 계약통화(주로 달러)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1년전에 비해 14.5% 상승했지만 원 · 달러 환율이 소폭 내린 덕에 원화 기준으론 12.7%로 상승률이 조금 낮아졌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하지만 '제2의 도시락폭탄'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엔 환율이 상승 추세에 있었지만 지금은 하락 추세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만 놔둬도 내릴 텐데 당국이 굳이 무리수를 써 가며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점진적 하락 전망이 대세다. 올 들어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의 원화 매수세가 강하지만 정유회사 등 수입업체들의 달러 수요도 만만치 않아 가파른 하락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경제지표 중에선 지식경제부가 18일 내놓는 '12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물가 급등의 원인을 놓고 수요 쪽의 비중에 대해 논란이 벌이지고 있는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이 논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백화점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매출이 두 자릿수로 늘었는데 이번에도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여기에 대형 할인점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무시하기 힘들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물가상승 요인 중 공급과 수요 측면의 비중은 반반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1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월 경제동향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KDI는 지난해 12월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는데 1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 하락세가 멈추는 모습을 보여 코멘트에 약간의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 차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