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물가가 전방위적으로 치솟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대책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심리를 차단하겠다면서 정작 국민의 기대심리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공무원 급여는 5% 넘게 올렸고,공기업 인건비 지출도 늘리고 있다.

시중에 풀린 돈을 놔둔 채 공공요금만 동결하는 것은 물가 안정은커녕 공기업의 경영난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또 식료품 가격 안정을 위해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하를 요청했으나 해당 기업들이 모두 "노(No)"라고 말하는 등 정부의 권위마저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7일 국회에서 한나라당과 당 · 정 협의를 거쳐 상반기 중앙 및 지방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내용의 물가안정 대책을 보고했다. 그러나 공공요금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요금을 동결하면 공공기관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과 공기업 급여 인상을 놔둔 채 공공요금 억제를 통해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임금을 4.1% 인상,비용 증가 요인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호봉 승급에 따른 자연 증가분(1.4%)을 합치면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은 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다 지난해보다 3000명 많은 1만명의 신입 정규직을 채용하기로 해 공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 공무원 급여도 지난해보다 5.1% 올랐다. 정원 증가 등을 감안한 인건비 총액은 지난해보다 5.5% 늘어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당 · 정 협의에서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공무원 급여 인상을 통해 국민의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또 식품 대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을 설 연휴 이후로 늦추는 등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곽범국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은 "두부와 커피는 일부 업체가 가격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식품기업들은 모두 "가격 인하 계획이 전혀 없다"며 정부의 가격 인하 요청을 거절했다.

정부는 전셋값 불안에 대응해 소형 ·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관련 규제와 세제 지원 요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발표된 정책들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