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북동부에 있는 신흥 상업 중심가. 이곳에서는 중남미 최고층 빌딩으로 기록될 코스타네라센터(64층) 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탕 탕 타당,우르르 쾅…'.중장비 소음이 쉴새없이 나온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심부 탐린 거리의 프라자 쇼핑타운.루이비통 샤넬 페라가모 등 명품숍이 즐비한 이곳은 쇼핑객으로 항상 북적거린다. 인구 2억4000만명(세계 4위)의 이 나라는 팜오일과 유연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까지 보유하고 있다. 5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명품 소비층도 급증하는 추세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요하네스버그의 정부 청사 2층에 있는 경제개발국 사무실에는 요즘 국제전화가 빗발친다. 닉 텔레디 부국장은 "지난해 7월 월드컵 축구대회 이후 세계 각국에서 '그곳에 공장을 세울 만한 땅이 있느냐.어디가 좋으냐'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올해 요하네스버그에 공장을 설립하는 외국 회사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브라질 러시아 칠레 인도네시아 남아공 멕시코 터키 태국 폴란드 등 '이머징 파워 10개국(E10)'이 뜨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려온 브릭스(BRICs) 중심의 이머징 파워가 주변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제 활력을 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대신해 '이머징 파워 10개국'이 주도하는 'E10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새 대통령이 취임한 브라질 등 E10은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탄탄한 내수시장 등을 갖춰 한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새로운 10년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꼽힌다. 생산기지 역할을 넘어 소비시장으로서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31%로 예상하면서 선진국(2.40%)보다 E10(4.98%)의 성장률을 훨씬 높게 잡은 이유다. E10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앞으로 5년 동안 연 4.98~5.19%에 이를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자본시장을 보면 E10의 성장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E10 국가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34.49%(기업공개 포함) 증가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앞으로 10년은 이머징 파워 10개국이 세계 경제의 슈퍼 사이클(장기 상승곡선)을 주도하면서 글로벌 부(富)의 재편이 진행되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티아고 · 상파울루=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