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막바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채권단은 24일 "현대그룹은 법원이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현대상선[011200] 경영권 보장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중재안은 현대그룹측이 소송 등을 제기하지 않고 이번 현대건설 매각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다음 프로세스인 법원 결정 등이 이뤄지기 전에 수용 여부가 결정돼야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늦어도 월요일까지는 현대그룹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법원 결정 전에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현대차그룹에 넘어가더라도 현대상선 경영권을 보장해줄 수 없으며 이행보증금도 몰취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현대그룹에 대한 최후통첩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 채권단이 현대차그룹을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의 일정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여기에 채권단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조달한 대출금 1조2천억원이 '브릿지론'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면 감점요인으로 작용해 우선협상대상자 후보자의 순위가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채권단 측은 "현대그룹의 나티시스은행 대출금은 잔고증명만 뗄 수 있을 뿐 계좌에서 인출되지 않는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채점 당시 감점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그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양해각서(MOU) 해지금지 등 가처분 사건의 심문에서 "추가 확인서를 제출하겠다"며 "계약서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음을 보여주는 약정서는 나티시스와 적절한 협의를 거치면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대리인은 또 나티시스은행 대출금이 `브릿지론'이라는 데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며 "브릿지론과 유사하다고 설명한 것이며 일부가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이 현대그룹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본실사 기회를 제공하고 주식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다시 결정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재판부는 늦어도 내년 1월4일까지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금지할지 여부와 가처분 신청 수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채권단도 재판부에 내년 1월7일까지 현대차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등의 현대건설 매각 절차 진행을 보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충돌은 일단 내년 1월초께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조재영 이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