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소비가 살아나는 등 미국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미국 경기 회복이 지속되고 있지만 실업률을 끌어내리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경기 회복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소매 판매 실적이 발표된 직후,55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3.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주 조사 결과(2.6%)보다 0.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경제 성장을 낙관적으로 봐 온 모건스탠리는 4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4.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 증가와 부채 감소로 개인들이 다시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1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8% 증가하며 5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소비 회복세를 감안해 JP모건체이스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스 등도 일제히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높였다. 조사전문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4분기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7%에서 3.1%로 높였다.

월가 금융사들은 소비 회복과 함께 오바마 정부의 감세법안이 통과되면 2011년 경제 성장률이 0.5~1.0%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경기 회복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감세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2.8%로,당초 전망보다 0.5% 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감세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이상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감세 법안에 포함된 급여세(payroll tax) 인하만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앞서 골드만삭스는 최근 경제 지표 개선이 구조적 성장에 의한 것이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2.0%에서 2.7%로 높였다.

기업들의 경기관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추세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조사하는 경제전망지수는 101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판매가 증가하고 투자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 지수가 50을 넘으면 경제가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FRB는 고용 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양적완화 조치를 지속할 계획이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없는 만큼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시중에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거나 물가가 급등하지 않는 한 내년 초 열리는 FOMC에서도 통화정책이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FOMC 내부에서 양적완화 축소 목소리가 내년에 다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에 FOMC 위원으로 선임되는 2명의 매파 지역연방준비은행장이 인플레이션 억제와 양적완화 축소를 주장하며 버냉키 의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