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긴축 리스크'] (3ㆍ끝) 승용차 생산 기업만 46개社…5년뒤 1000만대 과잉 공급 우려
중국 중서부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인촨시에 있는 신다디자동차공장.잡초가 무성한 공장의 문은 굳게 잠겨있고,법원의 봉인 딱지가 붙어있다. 3년 전 18억위안(3000억원) 투자 계획을 내세우며 출범한 이 공장이 그동안 생산한 자동차는 고작 4대.신화통신 등 중국언론이 지난달 이 같은 현황을 일제히 보도하자 이 공장을 유치한 인촨시 경제개발구는 이 회사에 제공했던 모든 특혜를 회수하고 자동차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맹목적 과잉투자 사례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과잉투자 산업으로 흘러나가 중복 투자를 야기한 대출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자동차 철강 시멘트 의류 가전 등 220개 제품의 생산량이 세계 1위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구조조정이 세계 경제에 쇼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이유다.

◆고질적인 과잉공급

중국은 지난해 1300만대의 자동차가 팔려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시장보다 더 빠르게 확충되는 게 중국의 생산능력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자동차판매가 2015년이면 2500만~30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감안하면 5년 뒤 연간 생산능력이 3800만~4000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과잉공급을 경고했다.

중국에는 승용차 생산기업만 외자기업을 포함,46개사나 되고 이들 업체 운영 공장이 120여곳에 달한다. 더욱이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올해로 끝나는 자동차 보조금 지원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 자동차리서치 회사인 JD파워는 이 때문에 올해 30%로 예상되는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10%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는 한 사례일 뿐이다. 최근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LCD(액정표시장치)패널의 경우 2012년이면 중국에서 8.6%의 공급과잉이 예상된다(KTB투자증권).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철금속 등도 고질적인 과잉투자 산업으로 꼽힌다.
[중국發 '긴축 리스크'] (3ㆍ끝) 승용차 생산 기업만 46개社…5년뒤 1000만대 과잉 공급 우려
◆반복되는 규제 발표

중국증권보는 7일 공업정보화부가 철강 비철금속 화공 건자재 기계 경공업 방직 의약 등 8개 업종의 낙후생산 시설을 도태시키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공급과잉이면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된 업종들이다. 공업정보화부는 앞서 9월엔 희토류 자동차 철강 시멘트 기계장비 알루미늄 등 6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5월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일부 업종 과잉생산 중복건설 제한 지침을 마련했다.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800개 이상의 철강업체를 200개로 통 · 폐합하고,시멘트도 상위 10개사의 시장점유율을 20%에서 5년 내 3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며 "인수 · 합병을 유도하는 한편 대출 및 회사채발행과 기업공개를 제한하고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과잉업종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세수 감소를 우려한 지방정부 반발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는 점이다. 비슷한 규제 조치가 반복되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세수권한 이양을 확대하기로 한 것도 중앙정부와 이해관계가 다른 지방정부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기부양 과정에서 과잉업종에 투자가 몰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국유기업이 우량 민영기업을 인수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가 나타나는 것도 중국 정부를 고민에 빠뜨린다.

◆과도한 구조조정, 단기 인플레 유발

중국 증권일보는 최근 과잉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경제를 만들지만 단기적으론 공급을 줄여 물가를 끌어 올리는 딜레마를 중국 정부에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늦추자니 해외 수요 위축에 쉽게 흔들리는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부작용이 따른다. 과잉공급을 수출로 소화해온 중국의 제조업 구조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취약성을 드러냈다. 2008년 6월만해도 16.1%에 달했던 산업생산증가율이 지난해 초 3.8%로 급감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의 과잉공급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2007년만해도 과잉공급으로 중국산 후판 가격이 철광석 가격보다 싸 한국 조선업체들의 원가절감에 도움을 줬다"며 "철강 구조조정은 해외에 중국발 인플레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는 과잉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한국 기업들과 경쟁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둥양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부회장은 "2015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수출은 37만대였다. 한국이 중국의 과잉투자 산업 구조조정 향방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없는 이유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