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 경기장.위건 애슬레틱과의 홈경기에 선발 출전한 박지성이 전반 45분 파트리스 에브라에 공을 연결해 선제골을 돕는 순간,A보드 광고판에는 '금호타이어' 로고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금호타이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후원사다.

국내 자동차 및 타이어 업체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기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와 스포츠는 고객 충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국내외 스포츠 행사 후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찰떡궁합…스포츠와 자동차

현대 · 기아자동차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파트너다. 올해 남아공월드컵은 물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차량을 협찬하는 한편 경기 중 적극적인 광고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유로 2008 대회의 최고 등급 후원사로 참여했으며,내년까지 대한축구협회 및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등 축구와 유독 인연이 많다.

현대 · 기아차는 모터스포츠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매년 강원 태백 레이싱파크 및 오투리조트 등에서 국내 최대의 모터스포츠 축제인 '스피드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똑같은 차로 경주를 벌이는 원메이크가 주 종목이다.

경주용으로 개조한 현대차 클릭과 기아차 포르테쿱 등 두 차종으로 겨루는 경기로,100여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제네시스 쿠페 원메이크 경주대회인 '슈퍼 3800 클래스' △기아 아시안 X게임 대회 △현대 FIFA 온라인 축구게임 대회 등을 주최 또는 후원하고 있다.

GM대우 자동차는 준대형 신차인 알페온 1호차를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게 전달했다. 인천유나이티드 축구팀을 후원하고 있는 만큼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GM대우는 2003년 시민주 공모를 통해 탄생한 인천 유나이티드를 창단 초기부터 8년째 후원하고 있다.

◆타이어 업체는 축구 · 야구 집중

금호타이어는 유럽의 명문 축구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후원,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도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조동근 금호타이어 마케팅담당 상무는 "맨유와 파트너십을 맺은 2007년 이후 영국에서 80%,유럽에서 30%,중국에서 35%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는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클럽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후원하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FC 발렌시아'와 전통의 강호 'FC 세비아' 구장에는 광고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에서 판바허 레이싱팀을 지원하면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국내 프로야구의 주요 후원사다. 올 시즌 프로야구계에 뛰어든 넥센타이어는 1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55.7%의 매출 향상을 기록했다. 브랜드 이미지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게 자체 평이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과 자웅을 겨루는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의 효과는

기업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는 이유는 일반 마케팅이나 광고보다 브랜드 제고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스포츠야말로 언어와 문화,이념을 초월하는 행사여서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스타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열광하는 순간을 곧바로 브랜드 인지도로 연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마케팅만 잘 해도 해외 현지법인을 별도로 만드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 차별화가 힘들어지면서 운동 경기의 진실성과 감동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휴대폰과 인터넷 등 매체가 다양해지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가 향후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