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한국원자력연구소를 발족시킨 한국은 1962년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 'TRIGA Mark II'를 가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1978년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상업 발전을 시작했다. 이후 원전은 한국의 경제 성장과 맞물려 발전을 거듭했다. 정부는 지난해 저탄소 녹색 성장을 선언,그 중심축의 하나로 원자력 발전 비율을 현재의 35%에서 2030년까지 59%로 증가시킬 것을 천명했다.

앞으로 원자력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춰야 할 조건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력 관련 시설의 안전성이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보다도 훨씬 안전하게 원전을 운영한 실적이 작년 말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으로 국내에서의 사소한 실수도 수출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최고급 우수 인력 양성도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지금껏 한국 원전 산업은 선진국 추격이나 응용 연구를 통해 성장했다. 지금부터는 기초 원천 기술 개발에서부터 시작하는 선도적인 연구를 통해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매년 60~80명 정도에 불과한 원자력 석 · 박사급 연구 인력을 최소한 2배로 확대해야 한다. 질적 능력도 담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전 세계로의 수출을 위해서는 국제적 언어 능력과 원자력 공학 능력을 고루 겸비한 공학자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8개의 원자력 관련 대학이 우선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이유다.

원자력 공학은 물리 및 기계,재료,제어 등의 공학들과 매우 밀접한 융합 학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유관 학과의 졸업생들에게 원자력 공학을 가르치는 전문 대학원을 개설,융합형 원자력 공학자를 육성할 수 있는 체제도 동시에 갖추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 관련 외교 및 통상 전문가,국제 변호사 등에 대한 수요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2030년까지 국내외에서 100여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원자력 산업 체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그동안 국내에서의 건설 및 운영 경험을 잘 활용해 성공적으로 수출을 이룩했다. 그러나 100여기의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요구 조건을 능동적으로 충족시켜야하며,이를 위해서는 설계 · 제작 · 설치 및 시운전과 발전소 수명 후 관리까지를 하나의 조직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자력 발전사업 전문회사(가칭)와 같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하다. 웨스팅하우스와 프라마톰 등은 이미 설계에서부터 제작 및 사후 관리까지 일원화된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 회사와 경쟁하려면 한전의 민영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준비해야 한다.

김무환 <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