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국제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값은 국내가격의 기준이 되는 영국 런던금시장협회(LBMA) 고시가격 기준으로 온스당 1300달러를 처음 돌파했으며, 은값도 지난 주말 사상 최고가에 오른 뒤 최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LBMA는 29일(현지시간) 금 현물가격을 전날보다 1.0% 오른 온스당 1307.5달러로 고시했다. LBMA 고시가격이 1300달러를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금 국제가격은 9월 한 달 동안 4.9% 올랐으며,최근 본격적인 상승을 시작한 지난 7월28일에 비해 13.0% 뛰었다. 올 들어 상승률은 18.4%에 이른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지난 28일 온스당 1300달러를 넘어선 뒤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이 전날보다 0.2% 오른 온스당 131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은값 상승곡선은 더 가파르다. LBMA는 지난 29일 은값을 전날보다 3.3% 오른 온스당 2187센트로 고시됐다. 이는 9월 한 달간 15.8% 오른 것이다. 본격적인 반등을 시작한 지난 8월24일과 비교하면 22.3%,올 들어선 28.7% 급등했다. 은값은 지난 22일 사상 최고가를 2년 6개월여 만에 경신한 뒤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30일 서울 종로귀금속시장 등에서 거래된 은 3.75g(한 돈) 도매가격은 3223원으로 이달 들어 5.7% 상승했다. 올 들어 상승률은 23.1%에 달한다.

금 3.75g 도매가격도 19만7540원 선으로 다시 20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이달 들어 1.2%,올 들어 15.8% 오른 것이다. 국내 귀금속 가격은 런던시장을 중심으로 한 국제 시세에다 매일 변동하는 원화 환율을 감안해 책정된다.

귀금속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기회복 둔화를 막기 위해 달러화를 더 풀기로 결정하면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1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국채 매입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수출 확대를 위해 자국 통화가치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어 금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캐시 라이언 글로벌포렉스트레이딩 투자전략담당은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향후 적자감축을 위한 비용절감에 뛰어든 만큼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금 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인 은은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수요까지 가세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단기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는 은 국제가격이 중기적으로 온스당 2500센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철수/이관우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