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환시장의 개인투자자를 지칭하는 '와타나베 부인'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축소하면서 최근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줄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와타나베 부인은 도쿄 외환시장 거래의 약 30%,글로벌 외환시장의 10%를 차지하는 '큰손'이다. 이들은 달러당 1엔이 하락 또는 상승할 때마다 환차익 또는 환차손이 발생하는 '고수익 고위험' 구조의 레버리지 투자를 주로 한다.

FT는 최근 일본 정부가 엔고 방어를 위해 엔화를 풀고 달러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에 들어갔지만 와타나베 부인들이 엔화 매도 포지션을 크게 줄이면서 엔화 가치 하락폭이 생각보다 작았다고 분석했다.

지난 주말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85엔대로 일본 정부가 시장개입을 선언하기 직전 82엔대에 비해 떨어졌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85엔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엔저에 베팅했던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 방향이 바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환율 개입을 선언하며 1조8000억엔(약 210억달러)을 외환시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와타나베 부인들은 정부가 푼 엔화보다 더 많은 2조4000억엔을 매입하는 식으로 외환당국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엔화 가치 하락 효과를 상쇄시켰다.

FT는 2004년 3월 이후 6년6개월 만에 이뤄진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역(逆)투자 성향을 보여 온 와타나베 부인들에게 놓칠 수 없는 호기였다고 전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 등 고위 당국자들의 잇단 외환시장 개입 구두 경고에도 실제 개입이 이뤄질 것으론 예상하지 못했다. FT는 일본 당국이 추가 시장개입을 하더라도 와타나베 부인들의 투자 탓에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