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와대의 친서민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부처 간 충분한 협의와 검토가 덜 된 채 다급하게 내놓다 보니 알맹이 없는 대책만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탕 · 삼탕인 정책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제2차 저출산 · 고령사회 기본계획안' 중 상당수는 과거 발표했던 정책이다. 특히 저출산 대책 92개 중 새로 나온 것은 17개에 불과하다.

다자녀 소득공제 확대는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이미 비중있게 다뤄진 것이다. 자녀를 낳으면 현역병도 상근예비역으로 편입하도록 한 것 역시 국방부에서 지난달 발표했다. 취학아동 방과후 돌봄서비스,셋째 자녀 보육료 전액 지원,노인 대상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농어촌 산부인과 설치 등도 과거 한두 차례 나왔던 것들이다.

주요 대책으로 제시한 유연근로형태 도입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은 물론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약방의 감초' 격으로 포함시키는 단골 메뉴다.

재정부 주도로 2일 내놓은 '서민물가 안정 방안' 역시 재탕 · 삼탕 정책이 다수 포함됐다. 지방 공공요금 억제 시 인센티브 확대,대학 등록금 상한제 정착,통신 초당 요금제 확대,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방안 마련,공공요금 중기협의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실효성 낮고 두루뭉술한 대책

내년 이후 출생하는 둘째 자녀에게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는 정책은 출생 후 15년이 지나 고교에 들어갈 때 수업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분기당 40만원 정도의 공교육비 지원이 자녀 출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15년 뒤에는 고교 교육도 무상 ·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여성 인력이 많은 기간제 교사 등 계약직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고 우리나라 직장 분위기가 육아휴직을 마음놓고 쓰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신규 지출이 발생하면 재원 대책을 동시에 내놓기로 한 원칙도 무시했다. 복지부는 2차 저출산 대책에 재정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조차 추산하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은 파장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생략한 채 발표해 재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물가 대책에서도 정부는 구조적인 안정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시장경쟁 촉진,유통구조 개선,가격 및 품질 정보 공개 강화 등 원론 수준의 구호 외에는 이렇다할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추가 대책에 속타는 관가

정부는 앞으로도 청년실업 종합대책,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 방안 등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뾰족한 대책을 아직 찾지 못해 발표 시기를 하염없이 미루고 있다. 청년실업 종합대책은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끝내고 구체적인 대책을 짜고 있지만 핵심 내용으로 뭘 채워넣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발표하려면 아무래도 10월은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 · 중소기업 상생 방안도 당초 지난달 말 내놓기로 했으나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대책을 주도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 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준비했지만 청와대와의 조율 과정에서 내용 부족을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