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찔했습니다. 3시간 만에 150㎜의 비가 퍼부었으니까요. "

충남 연기군 금강살리기 행복지구 1공구의 박태균 소장(대우건설)은 지난 11일 밤을 꼬박 새우며 홍수에 대비해야 했다. 금강 상류인 청주 진천 증평 등지에 폭우가 쏟아져 금강 지류인 미호천 수량은 평소 초당 100t 유입되던 물이 2750t까지 불었다. 박 소장은 "2단계 보(洑) 공사를 위해 6.2m 높이의 임시 물막이를 설치했는데 평소 1.6m였던 강물이 이날은 6.05m까지 차올랐다"며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임시 물막이가 잠기면 물막이 안에 공사해 놓은 시설물도 강물에 쓸려내려갈 게 뻔했다. 그는 "98%의 공정률로 거의 공사가 끝나가는 1,2공구 강바닥 준설 공사가 없었다면 보 공사는 물론 이 일대 홍수 피해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홍수예방 효과 보인다

태풍 뎬무와 곤파스,계속되고 있는 집중호우에도 4대강 공사가 진행 중인 유역에선 홍수 피해가 예년보다 줄었다. 4대강 강바닥을 긁어내고 강변의 버려진 둔치를 깎아 강폭을 넓히는 형태로 '물그릇'을 키워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강홍수통제소 자료에 따르면 행복지구 1공구에 속한 금남면 대평리 금남교 수위 기준으로 착공 전인 작년 7월15일과 지난 11일 유량이 똑같이 1960.4t일 때 금남교 수위는 3.49m로 동일했다. 박 소장은 "임시 물막이가 현재 강폭의 3분의 1 정도를 막고 있는데도 수위가 같게 나왔다"며 "보 완공 뒤 임시 물막이를 철거하면 수위가 60~75㎝ 정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공사현장도 비슷하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 7월11일 영산강 유역에 홍수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영산강 본류 준설로 홍수위가 최대 0.94m까지 낮아져 예년에 비해 수해가 줄었다. 낙동강도 지난달 8~11일 태풍 뎬무 영향으로 합천 243㎜,고령 178㎜의 비가 내렸지만 4대강 공사구간에서 홍수 피해는 없었다.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지난달 말까지 4대강 현장에서 예정량의 27%인 1억4000만㎥를 준설함에 따라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홍수 기준으로 최대 1.7m까지 수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강 강천보 1m,낙동강 낙단보 1.49m 등 보 구간에서 평균 45㎝가량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분석됐다. 유인상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은 "금강살리기 준설 예정량이 총 4900만㎥인데 이는 서울 남산 크기와 같다"며 준설 효과가 클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노섭 여주대 토목과 교수는 "여주군은 남한강 상류 충주댐과 하류 팔당댐 사이 115㎞ 구간에 속해 한 해는 가뭄,다른 한 해는 홍수를 겪는 등 치수가 전혀 안 됐다"며 "강바닥 준설로 적어도 홍수는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낙동강 달성보 공사 현장인 낙동강 22공구의 현대건설 관계자는 "200년에 한 번 찾아올 수 있는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준설 공사 중"이라고 말했다.

◆"무차별 준설 피해야" 지적도

4대강 사업에 비판적인 측에선 강바닥 준설로 수위가 내려가지만 보 건설이 수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동보 수문을 열어도 고정보가 함께 설치돼 있어 일정한 수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대한하천학회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쳐 '영산강에 죽산보가 설치되면 인근 다시면 왕곡면 일대 농경지 4.51㎢가 침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죽산보 건설로 강 수위가 높아지면 인근 지하 수위도 2~3m 높아져 제방 안쪽 농경지에 침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침수 가능성이 제기된 지역의 강바닥은 물이 스며들기 힘든 불투수 점토층이어서 고인 물이 다른 곳으로 스며들기 힘들어 지하 수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죽산보 관리 수위보다 낮은 농경지 3.2㎢에 대해선 배수로 및 배수펌프장 등을 설치해 만약의 침수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감소했을 수 있지만 지류 하천의 피해는 가려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본류에선 홍수 피해가 적었다고 정부는 홍보하고 있지만 이번 집중호우로 지류하천 60~70개가량이 피해를 입었다"며 "본류를 정비하면 지류 하천은 문제 없다는 정부 입장이 허구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4대강 전 구간에서 무차별적으로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은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 구간별로 하천 단면이 홍수에 문제가 있는지,제방 쌓기만으로 홍수 통제가 어려운지 등을 종합 검토한 후 준설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며 "준설을 하더라도 불어난 물이 흐르는데 지장을 주는 구간으로 제한해야 생태계 파괴 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기=장규호/여주=박수진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