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 핵개발과 관련,당국의 사전허가 없이는 사실상의 양국 간 모든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대(對)이란 독자 제재 조치를 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플랜트 건설과 시설 보수 등 신규 프로젝트와 신규 조선 수주 등이 불가능해지는 등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멜라트은행을 비롯해 이란의 102개 기관(15개 은행 포함)과 개인 24명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은행의 허가 없이는 이들 기관과의 외국환 지급 · 영수가 금지되며,제재 대상이 아닌 이란 기관과의 거래도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란 정부 및 현지 업체와 사업을 벌여온 한국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비상이 걸렸다. 액화천연가스(LNG) 공사 등 이란에서 3개 프로젝트(8억8400만달러 규모)를 진행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향후 수주 때 큰 피해를 볼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림산업 등 건설사들의 수주 공사는 개별 프로젝트가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이 있는지를 따져 중단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7월1일 이전 계약은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공사를 계속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4억달러짜리 가스플랜트 건설공사 계약을 포기한 GS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이란에서 추가 수주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대(對)이란 수출 품목 1위와 3위를 차지한 자동차(4억달러)와 철강(2억5100만달러) 업체들은 대금 결제 문제 등으로 이미 지난 7월부터 선적을 중단했다. 중동지역 내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한 곳인 이란 시장을 잃은 것이다.

원유 거래는 제재 대상에서 빠져 현재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회사들은 일본 미쓰비시은행 결제를 통해 원유를 계속 들여올 수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미국이 원유를 제재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한 데다 이란도 국가 경제에서 원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이란산 원유 도입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가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무역 전반에 타격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모하마드 레자 라히미 이란 부통령은 지난달 9일 자국 정부 관리들과의 면담에서 "이란 규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달러와 유럽연합의 유로화 등으로 이란 원유 구입 결제를 못하게 하겠다"며 "미국의 이란 제재 조치에 동참하는 한국도 응징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에 밀렸던 중국 기업들이 이란의 플랜트 건설 자동차 전자 등 시장에서 역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