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급등·식량폭동…美는 반사이익

러시아가 2일 대가뭄과 산불을 이유로 곡물 수출금지 기간을 올 연말에서 내년 수확 때까지 1년 더 연장하면서 가격폭등과 식량폭동 등 글로벌 곡물대란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유럽의 밀 가격은 이날 t당 231파운드로, 2년 만에 최고치였던 지난달의 236파운드에 근접했으며,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의 12월 인도분 밀 가격은 2일 2%가 급등한 데 이어 3일에는 0.8% 오른 부셸당 7.192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밀과 콩 선물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에서는 수천명이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 발포로 7명이 사망하고 230여명이 부상했다.

식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모잠비크는 전기·수도요금과 식빵가격을 25-30% 인상했다.

농업 관계자들과 곡물 거래업자들은 밀과 콩.옥수수 등 곡물 공급량이 2007-2008년보다는 많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모잠비크의 경우 식량폭동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전했다.

2007-2008년의 경우 30년래 최악의 식량난으로 방글라데시.멕시코 등 수입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에서 폭동이 발생했으며, 아이티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정부가 붕괴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밀 부족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긴급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FAO는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회의 소집 목적은 (곡물) 수출국과 수입국이 현재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지난 수주간 밀 부족 우려로 글로벌 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이런 뜻밖의 일로 시장 안정과 공급.수요의 정확한 전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소집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3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의 금수조치 연장으로 최대 수입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유럽과 미국 쪽에서 부족한 물량을 충당하려 애쓰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세계 최대 밀 생산국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회원국과 호주, 아르헨티나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FAO는 러시아의 가뭄으로 올해 세계 밀 생산량을 2009년 6억8천100만t보다 5.1% 감소한 6억4천600만t으로 예상했다.

FAO의 압돌레자 압바시안은 "아주 상황이 심각하다.

연속 2년간 러시아의 수출이 없다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안보연구소의 자키 실리어스 국장은 2008년과 같은 폭동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폭동은 확실히 아프리카 정치에서 군부의 재등장을 촉진시켰다"고 강조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금수조치 연장이 이미 예견되고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가격폭등이나 식량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FT는 식량공급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제목을 뽑았다.

(서울=연합뉴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