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겸 대통령 경제특보(전 기획재정부 장관)는 대표적인 감세론자다. 그는 감세론을 비판하는 주장이 나오면 상당히 공격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한다.

지난 4월27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초청연사로 나와서도 그랬다. 강 위원장은 당시 패널중 한 명이 감세의 경기부양 효과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감세에 대해선 맨큐 교수가 쓴 칼럼을 읽어보라"며 "세금을 1달러 깎으면 국내총생산(GDP)이 3달러 늘어난다고 한다. 경기를 살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감세"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이 언급한 칼럼은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2009년 12월13일자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이다. 강 위원장은 "일부에선 케인스의 이론을 들먹이면서 세금 1달러 깎아봤자 GDP가 99센트밖에 안 늘어난다고 한다"며 "강만수가 경제학 교과서도 모른다고 비난하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측의 이론은 40년 전 이론이다. 최근에 나온 논문은 읽지도 않고 정책을 비판한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재정승수(乘數) 이론'을 이용해 재정확대보다는 감세가 경기부양에 더 효과가 있다는 논지를 펴는 주장이 많다. 재정승수는 재정 투입으로 국민소득 수준이 얼마만큼 증가하는가를 나타내는 계수다. 재정승수가 1이라면 정부가 10억달러를 지출했을 때 국민소득이 10억달러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재정지출 승수는 0.838로 1 미만이었다. 지출 대비 국민소득 증가효과가 더 낮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재정수입 승수는 1.082로 1보다 높게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재정지출 증가가 경기 부양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재정수입 감소,즉 감세가 더 효과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들여 준비해 온 '2010년 세제개편안'이 23일 발표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2년간 유지해 온 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로 돌아서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회복세를 보이는 경기지표가 실물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감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강한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감세 철회를 둘러싼 논쟁이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국내 경제지표로는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하는 '8월 소비자동향지수'가 있다. 경기나 물가 금리에 관한 소비자들의 판단을 엿볼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나온다. CSI는 100을 기준으로 긍정과 부정을 판단한다. 지난달의 경우 금리 수준을 전망하는 CSI가 137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금리 상승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앞서 24일에는 한은의 '7월9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공개된다. 7월9일 금통위는 2009년 2월이후 연2.0%로 유지돼 온 기준금리를 17개월 만에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던 회의로 당시 금통위원은 물론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재정부 1차관의 발언 내용이 관심사다.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