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국내상장 주식.채권 外人 보유액 맞먹어
"안전판 역할.시장불안 요인 양면성 지녀" 지적도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국내 연기금이 점점 '공룡'으로 커가면서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연기금의 금융부문 투자규모도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상장 주식.채권 보유액에 근접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등 각 연기금 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연금기금 295조원, 퇴직연금 19조원, 사학연금기금 11조원, 공무원연금기금 5조원과 군인연금기금(2009년말) 4천654억원 등 국내 주요 연기금 총액이 330조원을 넘어섰다.

이들 연기금의 금융부문 투자금액도 전체 자산의 98%인 326조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6월 말 기준 외국인들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주식 보유잔고 301조733억원과 상장채권 67조8천168억원을 합한 369조원에 근접하는 규모다.

140조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사적(私的)연금인 개인연금을 더하면 오히려 외국인 보유액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연기금이 국내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외국인들의 라이벌로 성장해 글로벌 금융상황에 따라 한국에 대한 투자태도를 바꾸는 외국인들의 대체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들 연기금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주식시장에서 5조5천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코스피지수 2,000선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연기금은 또 안정적인 기금 증식을 목표로 자체 운용원칙에 따라 직간접투자 형식으로 채권, 주식, 펀드, 보험, 대체투자상품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사상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은 금융부문자산이 99.9%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현재 채권에 75.7%인 223조2천370억원을, 직간접 주식상품에 19.1%인 56조2천438억원을, 대체투자에 5.0%인 14조6천482억원을 각각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퇴직연금도 적립금의 96.3%인 18조2천817억원이 예금적금, 보험상품, 간접투자, 국공채 등 금융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사학연금기금은 전체의 73.8%인 8조3천원을, 공무원연금기금은 79.5%인 4조3천387억원을, 군인연금기금은 87.0%인 4천47억원을 각각 예금, 채권, 펀드, 주식, 보험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연기금은 선진국에 비해 주식비중이 현저히 낮고 저금리시대에 채권이나 예금으로는 기대수익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주식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면서 "연기금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대체세력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센터장은 "앞으로는 주식 위주로 투자해온 외국인들은 채권 비중을 늘리고, 채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주로 하고 있는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키워가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증시에서 연기금이 대규모로 거래하는 것은 쏠림현상을 일으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은 몸집이 커지면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면서 "연기금의 시장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