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적에 잇단 화답.."끌어주고 밀어주고"
LG '동반성장 5대 과제' 제시..삼성 내주 발표 예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대기업을 상대로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거듭 주문하고 나선 이후 주요 대기업들이 고심하며 마련해온 상생방안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상생방안은 대체로 2ㆍ3차 협력사에 대한 배려와 이익 배분 강화 및 협력사의 성장 지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자금난 덜어주겠다 = LG그룹은 12일 중소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위한 5대 전략과제를 제시하고 협력업체와의 공존 경영을 선포했다.

세부 지원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이다.

은행과 연계하지 않고 직접 대출해 주는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력사에 연간 7천4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상생 대책에서 소외돼 있던 2ㆍ3차 협력사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 점도 주목할만하다.

LG가 추진하기로 한 중소 협력사 자금지원 방안에는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ㆍ3차 협력사로 금융지원 범위를 확대한다는 점이 강조돼 있다.

LG는 2ㆍ3차 협력사들도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연간 2천500억원 규모의 `LG 상생협력펀드'를 다음 달에 신설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도 2ㆍ3차 협력사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의지를 표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0일 주요 원자재인 철판을 일괄 구입해 협력사에 구매가격으로 공급하는 '사급제도'의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ㆍ3차 협력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ㆍ3차 협력사들이 현대기아차의 철판 공급가를 기준으로 납품가격을 인정받으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이익은 나눈다 = 대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이 중소 협력사에까지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상생 대책에 두드러지게 반영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포스코다.

포스코는 원가절감액을 협력사와 나누는 `베네핏 셰어링(Benefit Sharingㆍ수익공유)' 제도를 전체 협력업체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베네핏 셰어링은 협력업체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한 경우 그 성과를 협력사와 나눠갖는 것으로, 포스코는 2004년 1차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포스코는 또 자체 운영 중인 `상생협력 실천사무국' 조직을 일부 확대하고 국장을 부사장급으로 격상해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협력업체 경쟁력 키운다 = 대기업들은 단순히 자금 등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소 협력사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관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자립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소 협력사들이 품질을 향상하고 기술개발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비 등 직접 지원금 2천300여억원과 기금 출연을 통한 간접지원금 9천200여억원 등 총 1조1천544억원의 지원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LG는 협력사와 손잡고 녹색 신사업을 공동 발굴할 계획이다.

태양전지와 LED, 전기차 배터리 등 녹색 신사업 분야에서 중소기업에 연구개발 용역을 발주하면서 2011년부터 5년간 1천억원을 연구개발에 활용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신사업 분야에서 부품과 장비를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한 중소기업은 1차 협력사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된다.

LG는 협력사가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사와 노무, 영업 등의 경영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그 중 하나로 협력업체의 경영후계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른 기업들은 = 지난 10일 소상공인 등을 위한 미소금융 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1차로 공개한 삼성그룹은 내주 중 협력업체와의 새로운 상생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은 이 대책에 1차 협력 업체의 범위를 대폭 늘리고, 원자재 가격의 납품가 연동제 도입 방안 등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익의 과실이 1차 협력업체를 넘어 2ㆍ3차 등 하위 협력업체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오는 18일 대치동 포스코 센터에서 '포스코 패밀리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 협약식'을 열고 베네핏 셰어링 및 현금결제 확대를 골자로 한 상생 방안을 발표한다.

이밖에 SK, 롯데, GS, 금호아시아나, 한진 등 다른 대기업 그룹들도 그동안 추진해온 상생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방안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새롭게 마련한 상생 대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의 주문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2ㆍ3차 협력사 지원 강화 등은 기존 방안들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