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3) 고객사 놓칠뻔한 ALT세미콘 '공정개발' 도움받아 위기 탈출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있는 반도체 후공정업체 ALT세미콘(대표 천병태).2004년 문을 연 이 회사의 '전공'은 원래 휴대폰 카메라 모듈에 쓰이는 반도체인 시모스이미지센서(CIS)를 테스트하는 일이다. '테스트' 공정은 반도체 제조회사가 만든 칩이 전기신호를 받아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최종 점검하는 것.

그럭저럭 회사를 꾸려나가던 2008년 초 ALT세미콘은 위기를 맞았다. 최대 고객사인 매그나칩반도체가 CIS 생산을 줄이는 대신 반도체 칩의 전력을 제어하는 '파워IC' 칩 생산을 늘린 것.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파워IC용 테스트 공정을 개발해야 했다. 하지만 CIS를 만드는 웨이퍼 두께가 600㎛인 데 비해 파워IC용 웨이퍼 두께는 165~180㎛로 4분의 1에 불과해 테스트 작업을 하기가 까다로웠다. 이동건 ALT세미콘 연구소장은 "두께가 얇아 쉽게 파손되고 테스트 공정을 개발하기도 어려웠다"며 "공정 기술을 서둘러 개발하지 못하면 최대 고객을 잃을 위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공정 개발을 할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던 ALT세미콘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의 '반도체 미니클러스터(미클)'의 문을 두드렸다. 이 미클은 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파인칩스 엘디티 등 반도체 설계업체,KSM 디에프텍 등 장비업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모임.이 회사는 2008년 12월 충청대 박용수 교수(전기전자공학과)팀과 파워IC용 공정 기술 개발에 나섰다. 산단공도 1억1500만원을 지원했다. 연구팀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두께 165㎛인 8인치짜리 웨이퍼를 테스트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협업 성과는 올초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불과 1년 전까지 한 장의 파워IC용 웨이퍼도 테스트하지 못했던 ALT세미콘은 올초 월 8000장의 웨이퍼를 테스트하고 7월엔 테스트 물량을 2만3000장으로 늘릴 수 있었다. 매그나칩도 이 회사의 테스트 결과에 흡족해했다.

오창단지의 '반도체 미클'은 이처럼 반도체 공정별로 활동하는 전 · 후방 업체들 간 협업을 돕고 있다. 2008년 7월 만들어진 이 미클에는 현재 60여개의 칩 설계,테스트,패키징,칩 제조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스템코(대표 박규복)도 미클을 통해 기술 개발에 성공한 케이스.이 회사는 2008년 KAIST와 공동으로 방열이 잘 되고 밀집도가 높은 COF(Chip on Film)를 개발했다. 스템코는 현재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회사인 에이스전자기술(대표 조영찬)도 2008년 11월부터 미클을 통해 협업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설계한 칩을 세미텍(대표 김원용)이 패키징하고,ALT세미콘이 테스트하고 있다. 구자근 에이스전자기술 팀장은 "장기간 협력관계를 맺고 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최적의 상태에서 칩 양산이 가능하다"며 "협력업체들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는 것이기 때문에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창(충북)=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