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 규제에 나선 이후 알루미늄의 국제거래 가격은 18% 떨어졌다.

또 구리와 납 니켈 가격도 각각 13%,19%,27% 떨어졌다. 철강 가격도 같은 기간 15% 내렸다. 최근 이들 원자재 가격의 하향세가 주춤해지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건설부문의 성장세가 계속 약화될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건설 붐은 글로벌 원자재 수요 증가를 이끌었다. 덕분에 호주 브라질 캐나다 등 원자재 수출국들이 큰 혜택을 입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집값 상승과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을 계속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중산층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벤 심펜도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원자재 수요는 전반적인 경제성장률보다 더 급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호주 정부조사기관인 농업 · 자원경제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철광석 수입의 66%,알루미늄과 구리 아연 소비의 40%를 차지한다. 중국 국가통계청은 올 상반기 중국의 전체 수입이 53% 증가한 점을 들며 "중국의 경제성장이 세계 경제회복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원자재 부문만 보면 사정이 다르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달 중국의 철광석과 구리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15%와 31% 감소했다. 중국의 석탄 수입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 5월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성장 속도 조절 여파로 지난해 10월 이래 총 여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호주는 최근 2개월간 금리를 동결했다.

한편에선 선진국들의 원자재 수요 증가가 중국으로부터의 감소분을 상쇄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은 경기부양책 후퇴로 내년과 2012년에 9%대로 낮아지겠지만 그때 정도면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이 보다 견조해져 원자재 시장의 수요를 지탱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