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일산의 163㎡형(공급면적 · 49평형) 아파트 입주를 앞둔 A씨는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가슴이 덜컹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예상보다 일찍 출구전략이 시행된 데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됨에 따라 입주하고 난 뒤 매달 이자를 어떻게 내야 할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A씨가 계약한 아파트의 분양가는 6억8600만원.중도금 대출만 3억9060만원으로,한은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 4.78%(5월 기준)로만 따져도 연간 1867만원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2000만원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A씨는 "월급쟁이가 부담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계약금을 포기하고 분양권을 내놓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예고된 악재였다는 점에서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진단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수심리를 더 꽁꽁 얼어붙게 만들 전망이다.

◆대출이자 부담…입주 단지 직격탄

당장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단지 계약자들이다. 그동안 중도금 무이자나 이자후불제 혜택을 받아 당장 이자 부담이 현실화되지 않았으나 입주 후엔 주택담보대출로 전환돼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동해 결정되는데,이번 기준금리 인상과 CD 가산금리를 감안하면 실제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최은영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와 CD 금리를 평균한 것"이라며 "실제는 개인 신용상태나 담보에 따라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이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시장도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은 분양가가 비싼 전용면적 85㎡ 초과 중 · 대형 아파트일수록 두드러질 전망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연구실장은 "가뜩이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신규 아파트 청약이나 입주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기준금리 인상으로 납부금액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얼어붙을 듯

상가 오피스텔 등 매달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담보대출을 끼고 소액 지분을 투자해 임대수익을 노리는 형태의 재개발 지분 투자 역시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팀장은 "수익형 부동산들이 대부분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상품이어서 금리가 오르면 투자비용 증가로 수익률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1억원 안팎의 소액투자로 비교적 호황세를 보였던 상가 오피스텔 재개발 시장도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조정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 파장 폭…평가는 엇갈려

금리 인상이 부동산시장에 악재임에는 분명하지만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약간 엇갈린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소장은 "외환위기 이전 부동산시장은 소득과 수급에 좌우되는 측면이 강했지만 지금은 레버리지(대출) 비율이 높아 금리가 보다 밀접한 변수로 작용하는 시대"라며 "하락폭을 예단할 수 없지만 내림폭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지속됐음에도 부동산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은 금리 문제라기보다 거시경제 위기가 더 큰 변수로 작용했다는 의미"라며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다면 부동산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선/김재후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