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5조원 시대] (3) 장동건 재킷·고소영 잇백…"신문ㆍTVㆍ인터넷을 달궈라"
"잘 보세요. 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미묘하게 변하죠? 이게 바로 '벨루티'의 노하우입니다. 최고급 가죽을 40시간 넘게 표면 처리한 뒤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 바닷가 갯벌에 넣어 '숙성'시킵니다. 그리고 달빛에 건조시키죠.마지막 광택을 낼 때는 한 병에 50만원이 넘는 '동 페리뇽' 샴페인으로 닦습니다. 구두마다 색깔이 다른 이유입니다. 이건 구두가 아니라 '예술품'이에요. "

7일 서울 청담동 벨루티 매장.한 고객이 날렵한 모양의 신사화에 관심을 보이자 점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벨루티가 얼마나 멋진 브랜드인지'에 대한 '기나긴' 설명을 늘어놓았다. 가격만 쏙 빼놓은 채.고객이 벨루티의 가치에 동의한 다음에야 점원의 입에선 "가격은 260만원입니다"란 말이 떨어진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해야 '이 제품의 가치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느낌을 고객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명품시장 5조원 시대] (3) 장동건 재킷·고소영 잇백…"신문ㆍTVㆍ인터넷을 달궈라"
◆"연예인에게 옷을 입혀라"

루이비통은 어떻게 100만원짜리 '스피디 모노그램35' 가방을 길거리에서 3초마다 한 번씩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팔았을까. 바쉐론콘스탄틴이 서울 강남의 중소형 아파트 한 채 가격만한 시계를 소비자들의 손목에 채울 수 있는 비결은 뭘까.

해답은 명품업체들의 특별한 마케팅에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 역사와 스토리를 함께 판매한다. 기호품에 불과한 가방이나 시계를 사기 위해 수백만원 또는 수억원을 선뜻 낼 수 있도록 명품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한다.

인기 연예인 장동건,고소영 커플이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난 5월3일.출국장 입구엔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가 연방 터졌다. 사진이 공개된 몇 시간 뒤 인터넷은 이들 커플의 '공항 패션'에 대한 '분석자료'로 가득했다.

'540만원대 셀린느 러기지 백,550만원대 발망 데님 재킷,600만원대 발렉스트라 트래블 백,돌체앤가바나 휴대폰 줄….' 해당 브랜드 매장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상당수는 재고물량까지 팔려나갔다. 김선혜 신세계인터내셔날 마케팅팀 과장은 "예상치도 못한 돌체앤가바나 휴대폰 줄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도 줄을 이었다"고 전했다.

명품업체들의 '브랜드 띄우기'에는 일종의 '방정식'이 있다. 수많은 상품 중 인기를 끌 만한 '아이콘 제품'을 선정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다음은 아이콘 제품을 '띄우는' 것이다. 연예인은 이때 활용된다. 연예인이 착용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 '히트작' 대열에 들기 때문이다. '고소영 백'(지방시 판도라 백),'송혜교 백'(셀린느 송혜교 포 셀린느),김남주 백'(지미추 스카이백) 등이 바로 이런 케이스다. 이러다보니 인기 연예인들에게는 명품업체들이 수많은 가방과 옷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건넨다. 연예인 마케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명품업체들이 펼치는 최고의 마케팅 수단이다.

명품업체 관계자는 "인기 연예인이 우리 핸드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의해 우연히 공개될 때 효과가 가장 크다"며 "이 경우 소비자들은 해당 연예인이 평소에도 이 제품을 즐긴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하거나 아주 비싸거나

초고가 명품업체들은 그들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으로 '희소성'과 그에 걸맞은 '범접하기 힘든 가격'을 내세운다. 유통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국내 명품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흔해 빠진 명품' 대신 '나 만의 명품'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에르메스와 샤넬이다. 에르메스의 버킨백은 12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 주문하면 3년은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 샤넬은 "지금 사야 그나마 싸게 산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인기 모델인 '클래식 캐비어' 가방의 경우 소재나 디자인은 그대로지만,가격은 최근 2년 새 세 번이나 올랐다.

실제 샤넬이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나면 전국 매장은 인상 전에 제품을 구입하려는 여성들로 북적댄다. 주부 김지은씨(34)는 "2년 전 결혼할 때 200만원대에 구입한 '클래식 캐비어' 가방이 최근 400만원대로 뛰었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빨리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들이 샤넬에 빠져드는 이유는 또 있다. 극진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당신은 샤넬에 특별한 고객이다'란 느낌을 한껏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짜리 진귀한 보석이 국내에 들어오면 VIP 고객들을 한 명씩 따로 초청해 보여준다. 구찌 역시 지난 6일 새로 들여온 시계와 보석을 일반에 공개하기 전 VIP 고객에게 먼저 보여주는 행사를 가졌다.

안상미/오상헌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