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범현대家 밀어주기"..현대차 "정해진바 없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매각 절차에 돌입한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자신들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결정하고 현재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현대건설 인수 대상 기업으로는 현정은 회장의 현대그룹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대주주인 현대중공업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돼 왔다.

가장 강한 의욕을 보이는 곳은 현대그룹이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확실한 신성장 동력"으로 규정, 올해 추진할 최우선과제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에 3조~4조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됨에 따라 재무구조 악화로 채권단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압박을 받고 있는 현대그룹으로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현대건설 인수에 관심도 없고, 준비도 않고 있다"며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과 정몽준 의원, KCC의 정상영 명예회장 등 범현대가가 최근 회동을 갖고 현대기아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그룹은 1일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범현대가의 회동은 없었다"며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범현대가와 합의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그 어떤 방침이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 후보군으로 보면 되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상황은 없다"고 전했다.

건설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현대건설 매각 방침이 결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인수할 특정 그룹이 정해져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달 초 매각 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현대건설 인수합병(M&A) 절차에 돌입하며, 대상기업 실사와 매각공고, 예비입찰자 선정 등을 거쳐 올 연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초까지는 매각을 완료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