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증설을 해야 하나,아니면 경기 회복 속도를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좀 더 버텨봐야 하나. '

경기침체기에 직원을 줄이고 생산량을 대폭 감축했던 제조업체들이 최근 경기가 풀리고 고객 수요가 살아나자 고민에 빠졌다. 섣불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제품 가격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늦추다간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해 고객을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1일 미국 내 수천개의 제조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채비를 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3대 베어링업체 중 하나인 팀켄사는 경기침체기 때 인력을 20% 줄였다. 이 회사엔 최근 주문량을 두 배로 늘려도 충분히 공급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 팀켄사는 풍력터빈 회사 등 성장성이 높은 고객에 초점을 맞추면서 침체기 때 세워뒀던 설비를 서서히 재가동하고 있다.

주문 증가 속도를 잘못 예측해 지나치게 빨리 생산량을 늘릴 경우 수익 구조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철강업계에선 벌써 이런 조짐이 나타난다. 가동률을 너무 천천히 높여도 문제다. 공급물량이 부족해져 직원들을 매일 야근시키거나 거래처를 쫓아다니며 납품기일을 늘려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 재고를 대폭 줄였던 코닝사의 경우 자동차 판매가 생각보다 빨리 늘면서 배기필터와 관련 부품의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값비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아시아 지역 거래처에 부품을 최대한 빨리 납품하기 위해 기존의 해상 수송 대신 훨씬 비싼 항공 수송을 이용해야 했던 것이다.

전선 업체인 지에릭의 경우 주문량이 늘고 있지만 고가 제품 위주로 생산라인을 조정하면서 버티고 있다. 그레첸 지에릭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회복 속도를 확신할 수 없어 아직 2부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활유 제조사인 루브리졸은 중국에 2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생산시설을 짓고 있지만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생산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체들도 설비 확충에 신중한 편이다. 공급이 빡빡해야 가격을 올릴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자제품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싱가포르의 전자제품 회사인 플렉스트로닉스는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1분기에만 매출이 1억5000만~2억달러가량 줄었다. 제록스사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설비 가동률은 71.5%로 1년 전의 65.3%에 비해선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1972년 이후 평균 가동률인 79.2%에 비해선 아직 낮은 편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