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선거 정국에 묻혀 방치됐던 경제 현안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세제개편,영리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 선진화,공기업 연봉제 도입 등 각종 개혁과제,기업 구조조정과 금융 공기업 민영화,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 시행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재정건전성 고삐 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폈다. 하지만 국내 경기가 최근 들어 강한 회복세를 보임에 따라 재정을 '균형' 쪽으로 되돌릴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 예산지출은 줄이고 세수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정책은 선거 정국에서 선택하기가 어렵다. 지난 6개월 동안 정치권에선 '표심'을 잡기 위해 각종 비과세 · 세금감면책들을 쏟아냈다. 대부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됐고 정부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가 끝남에 따라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기로 했다. 먼저 예산 고삐죄기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는 각 부처에 재량지출을 평균 10% 정도 삭감하는 방안을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세수를 늘리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감세와 재정확대 등 기존 정책을 되돌리는 것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선 부분적인 증세(增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8조원에 달하는 각종 비과세 · 세금감면 조항 가운데 조세원칙에 맞지 않거나 목적이 달성된 것들을 위주로 대폭 정비하는 방안을 오는 8월께 확정할 방침이다. '낮은 세율,넓은 세원(稅源)' 원칙에 입각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숨은 세원 발굴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개혁과제 재시동

현 정부 들어 추진하다가 중단된 각종 개혁과제들도 재추진된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통한 의료산업 개편 △의사 · 변호사 · 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진입 규제 완화 △공기업 연봉제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 공기업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이슈라는 이유로 한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한 사안들이다.

느슨해졌던 기업 구조조정도 본궤도에 오른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마무리짓는다. 이달 중순부터 신용공여액 3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11월 말까지 A~D 등급을 매겨 구조조정 대상을 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 중소 건설사들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지지부진했던 금융 공기업 민영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다른 금융지주사와의 합병보다는 정부 보유 지분을 국내외 연기금이나 전략적 투자자 등에 분산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구전략 수면 위로

경제 현안 중 가장 민감한 이슈가 출구전략이다.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경제위기 때 취했던 각종 재정 및 통화지원책을 거둬들이는 것은 경제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정부의 보호막이 사라지는 만큼 경제 주체들에는 고통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출구전략은 선거 정국에서 수면 아래에 묻혀져 왔다. 정부 역시 출구전략에 관한 한 "국제공조 원칙 아래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으로 일관했다.

선거가 끝남에 따라 출구전략 논의는 전면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큰 관심사다. 국내 요인만 보면 금리는 지금 올려도 결코 빠르지 않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물론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긴축 우려 등 대외 악재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경제상황 차이 등을 감안할 때 출구전략의 (시행)시기는 국가별로 다를 수 있다"고 언급,독자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시장에서는 선거 이후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회(10일)에 주목하고 있다. 대외 악재 요인을 고려해 당장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기존보다는 진전되고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