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불씨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각국의 재정긴축 조치와 7500억유로(약 1조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의 약발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오히려 재정 지출을 줄이면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급락세로 마감했다. 미국 다우지수는 1.51% 하락한 10,620.16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1.98% 급락했다. 미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에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 증시는 스페인 IBEX지수가 6.6% 폭락한 것을 비롯해 포르투갈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모두 3~5% 급락했다. 스페인 통계청이 4월 핵심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고 발표한 것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촉발시켰다.

스페인 핵심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더 걷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문제는 이들이 재정 지출을 줄일 경우 과연 제대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는 쪽으로 시장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유로화 가치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주말 유로화 가치는 18개월 만에 최저인 유로당 1.2359달러까지 떨어졌다. 투자은행 UBS는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와 같거나 더 싸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