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교토식 경영' 배우기 열풍] (4) "친환경에 미래 걸었다"
지난달 인터뷰를 위해 찾은 니치콘 본사.회색 체크무늬 양복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나타난 다케다 잇페이 회장은 악수를 하자마자 "본사 건물부터 같이 둘러보자"고 했다.

처음엔 '건물 자랑이 하고 싶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교토 시내 중심가인 가라스마 오이케 지하철역 사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니치콘 본사는 2005년 1월 완공된 새 건물이다. 건물 외관도 부채를 펴놓은 모양으로 독특했다.

유적지 보호를 위해 강력한 건축 규제를 실시하던 교토시가 2002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부 건축 규제를 완화하면서 비로소 신축된 건물이다. 니치콘이 새 사옥의 꿈을 이루는 데는 꼬박 50년이 걸렸다.

다케다 회장은 1층부터 꼭대기층인 8층까지 기자를 안내하며 느긋하게,그리고 꼼꼼하게 건물에 대해 설명했다. 옥상까지 기자를 데리고 올라갔다. 같이 건물을 둘러보면서 다케다 회장이 왜 건물부터 둘러보자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건물은 한마디로 니치콘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형상화한 상징물이었다. 건물을 보면서 쉽고 정확하게 이 회사의 사업내용과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1층 접견 로비엔 물고기들이 어항 속에서 헤엄쳐 다니는 모양의 대형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다케다 회장은 "고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라"고 했다. 전부 콘덴서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는 친환경 경영을 상징한다고 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콘덴서를 만든다는 의미다.

8층엔 국제회의실이 있다. 화상회의와 동시통역 시스템까지 잘 갖추어진 방이다. 역시 이 회사의 무대는 전 세계임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다케다 회장은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회장 자리에 앉아 보라고 권했다. 자리에 앉자 스위치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걸 끄면 말하는 사람 목소리가 안 들린다. 듣기 싫은 소리를 할 땐 가끔 끄기도 한다. " 한바탕 같이 웃고 나니 금방 친해진 느낌이었다.
8층엔 또 바이어들이 제품을 테스트하는 방이 있었다. 음향기기가 내는 오케스트라 선율을 들어보면서 원하는 사양의 콘덴서를 고르는 곳이다. 콘덴서 하나만 집중하는 회사답게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콘덴서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진열돼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옥상에 있는 태양광발전소.낮에 태양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모아뒀다가 밤에 사용하는 장치다. 이 발전소를 만드는 데는 모두 10억엔(약 120억원)이 들었다. 다케다 회장은 "전 직원에게 환경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토 기업은 친환경 경영으로 유명하다. 1997년 12월 교토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담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영향이다. 그러나 교토 기업의 친환경 경영은 단순히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뜻이 아니다. 신성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친환경제품의 부품소재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의미다.

다케다 회장은 "친환경자동차 태양열발전소 풍력발전소와 같은 친환경 기기에 들어가는 콘덴서 등 부품소재를 회사의 차세대 주력 상품으로 삼기 위해 연구 ·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토=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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