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이서플라이, 10년來 최고성장 전망
삼성 이어 하이닉스도 투자확대 검토


반도체시장 성장에 대한 전망치가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낙관적 전망의 확산과 수요 부족이 겹치면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확대를 공개 천명한 데 이어 세계 메모리 반도체 2위인 하이닉스반도체도 적정 투자시기와 투자규모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에 들어갔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기술(IT)분야 시장분석기관 아이서플라이는 지난 6일(현지시각) 내놓은 새 반도체시장 전망에서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이 작년대비 30.6% 성장하며 시장규모가 3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성장률 전망치가 달성된다면 전 세계에 '닷컴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던 지난 2000년(36.7%)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시장조사기관마다 측정 기준이 다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아이서플라이가 제시한 전망치가 이전의 타 기관 전망치를 능가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 3월 역시 IT 시장분석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27% 성장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IC인사이츠의 3월 전망도 자신들의 이전 전망치(15%)를 대폭 올려잡은 것이다.

두 기관 모두 반도체 가운데 한국의 주력인 D램의 성장폭을 가장 크게 잡은 것도 주목되고 있다.

IC인사이츠는 반도체 가운데 D램 시장의 성장폭이 무려 74%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고 아이서플라이는 이보다 더 높은 77%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D램 매출의 극적인 성장세가 전체 반도체시장 성장의 주된 동력원"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서플라이는 또 D램 다음으로도 역시 한국 반도체업계의 또다른 주력품목인 낸드 플래시나 적극 육성 대상인 아날로그 반도체가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투자확대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투자확대에 대한 검토를 사실상 마친 삼성전자가 빠르면 이번 주 결정을 내리고 월내 신(新)라인 기공식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업계는 특히 삼성이 단순히 기존의 D램이나 낸드 플래시의 생산라인을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선점차원에서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P램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기존의 D램, 낸드 플래시 생산공정 가운데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일부 공정에 대한 대대적 보강투자도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이 대대적 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애초 올해 2조3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하이닉스도 반도체시장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기존의 '현상유지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D램보다 점유율이 떨어지는 낸드 플래시 생산설비의 확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투자확대를 결정하더라도 장비를 연내 발주하되 장비입고나 새 설비의 양산시점을 내년으로 조정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의 확대된 설비투자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따라 대응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