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시중은행장들과의 첫 만남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을 뽐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점에서 열리는 금융결제원 사원총회 직전 시중은행장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원총회 의장인 김 총재는 은행장들보다 일찍 총회장에 들어와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에게 영어로 인사를 한 뒤 클레인 행장이 "외환은행장입니다"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하자 클레인 행장의 한국어 실력을 칭찬했다.

김 총재는 이어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과도 영어로 인사를 하고서 힐 행장이 광화문에서 매일 한국어를 배우는 점과 한은 총재와 은행장 간 간담회 일정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등 4개 국어를 하는 힐 행장은 "한국어까지 4.5개 언어를 하게 됐지만, 한국어가 가장 어렵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일반적으로 회의에는 한은 총재가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지만, 손님들을 초대한 경우여서 먼저 들어와 인사했다"며 "(외국인 행장과) 통역이 대동하는 회의가 처음이지만, 세계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장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의견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한 달에 한 차례 모임을 하지만, 가능한 한 많이 의견을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총회에 참석한 클레인 행장은 외환은행 매각 건과 관련 "이제 시작 단계"라며 "매각 완료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대우자판과 관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중이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워크아웃 여부에 대해 뭐라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총회에서는 투표를 거쳐 참석자 11명의 만장일치로 송창헌 한은 부총재보를 신임 금융결제원장으로 선임했다.

총회 직후 김 총재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전달해달라"고 은행장들에게 당부한 뒤 "도움을 많이 청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는 김 총재 외에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클레인 외환은행장, 힐 SC제일은행장 등 10명의 은행장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