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화 · 재정 정책 관련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빅 이슈들이 몰려 있다. 최근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꺾이는 등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와 정부의 '그린북'(경제동향에 대한 보고서) 발표 등이 예정돼 있다.

가장 큰 주목거리는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결정회의다. 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다.

김 총재가 지난주 취임사에서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 협조를 강조한 만큼 기준금리(연 2.0%)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가 현 경제 여건에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아직 금리를 인상할 시기는 아니라는 게 정부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밝힌 데서 보듯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 회복 전까지는 통화정책과 정부 재정정책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조정 여부보다는 김 총재의 '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총재는 금통위를 끝낸 후 기자회견을 열어 회의 결과와 함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김 총재는 이 자리를 통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가 현 경기상황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또 향후 어떤 처방을 고민하고 있는지,구체적인 코멘트와 발언 수위가 주목된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김 총재의 취임사 등에 미뤄보면 경기 회복세와 물가 안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정도 아니겠느냐"며 "김 총재의 발언에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5일 오전 7시30분에는 윤 장관과 김 총재가 뱅커스클럽에서 첫 상견례를 갖는다. 경제부처 수장과 통화정책 수장의 첫 만남인 만큼 어떤 대화가 오갈지 관심이다. 두 수장은 출구전략 등 정책공조에 대해선 이견이 없어 보인다. 특히 재정부는 내심 밀었던 후보가 신임 한은 총재가 된 만큼 처음부터 불화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

윤 장관은 과거 금융감독원장 시절 당시 김중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으로부터 거시경제 관련 자문을 구할 정도로 둘 사이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한은의 역할,구체적으로는 한은 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사에 대한 조사권 부여 여부에서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은 있다.

8일에는 재정부의 '그린북'이 나온다. 최근 경기지표가 뚜렷이 엇갈리면서 일각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재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재정부는 3월 산업활동동향 발표 당시 "현 경기 흐름에 이상은 없으며 적극적 재정 정책 기조도 바꿀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지만 그때에 비해 어떤 진전된 입장 변화가 나올지 관심이다.

이번 주에는 또 한은이 발표할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6일)와 '3월 중 금융시장 동향','2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8일)도 의미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