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이 '금리 인하'로 고객을 유인해 1개월여 만에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대출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은행마다 천차만별인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을 지금보다 단순화하는 한편 주택담보대출 외에 코픽스 기준금리를 적용한 다른 대출상품도 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은행들이 금리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보다 고정금리대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1개월여 만에 '1조 돌파'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외환.하나.

기업.SC제일 등의 7개 은행들의 코픽스 연동 신규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23일 현재 1조1천10억 원(1만3천319건)으로 집계됐다.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액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실적인 3조5천687억 원의 30.8%를 차지했다.

이 중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2조4천677억 원이었다.

또 같은 기간 기존 CD 연동 대출 고객 중에서 1천926명(2천135억 원)이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잇달아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한 지난 달 17일 이후 신규와 전환 실적을 합친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규모는 1조3천145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별 코픽스 연동 신규 주택대출 실적은 지난달 17일 가장 먼저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을 내놓은 SC제일은행이 3천700억 원(3천75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2천321억 원(3천795건)과 2천290억 원(2천565건)으로 뒤를 이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976억 원(1천7건)과 856억 원(1천81건)의 신규 판매실적을 올렸다.

기존 CD 연동 대출을 코픽스 연동 대출로 전환한 실적은 ▲우리은행 1천1억 원(1천50건) ▲신한은행 567억 원(420건) ▲기업은행 236억 원(169건) ▲하나은행 201억 원(166건) ▲외환은행 116억 원(79건) 등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코픽스 연동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돌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이 나오기 전인 2월 말이나 3월 초에 취급한 주택담보 대출은 주로 CD 연동 대출로 취급됐다"며 "이달 중순 이후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실적은 전체의 80~9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픽스 연동 대출이 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는 것은 최근 코픽스 기준금리가 낮아진 데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판매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은행의 경우 1년 만기의 대출(1억 원)을 기준으로 할 때 신규 취급액(3개월) 기준 금리는 최근 4.18~4.98%로 종전보다 0.33~0.43%포인트 낮아졌다.

잔액 기준(12개월) 금리도 최근 4.29~5.09%로 기존보다 0.57%포인트 떨어졌다.

외환은행의 코픽스 대출의 금리도 출시 당시엔 4.89~6.63%(6개월 잔액기준)이었으나 현재 4.52~5.86%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 은행들에서는 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이 팔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연동 대출의 인지도가 낮아 대다수 고객이 CD 연동 대출로 몰리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전망이 우세한 만큼 코픽스 대출을 선택하는 고객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코픽스 대출, 천차만별…보완점 많아
전문가들은 코픽스 연동 대출 상품이 시장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선할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우선 금리변동주기 등 은행별 코픽스 상품이 천차만별이어서 고객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 기준 코픽스를 적용해 3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신규 3개월 형은 기업은행과 하나은행만 판매하고 있으며 신규 12개월 형은 국민.우리.외환.부산 등의 은행들과 농협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또 기업.SC제일.한국씨티 등의 은행들은 잔액기준 코픽스를 적용해 6개월마다 금리가 변하는 잔액 6개월 형을 판매하지 않고 있으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SC제일은행은 잔액 12개월 형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당초 예상보다 금리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1개월 만에 0.26%포인트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CD금리는 0.05%포인트 변동하는 데 그쳤다.

또 코픽스가 주로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되면서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신용대출 등 CD연동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점도 개선할 점으로 꼽혔다.

시중은행들 중에서 하나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외에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에도 코픽스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코픽스 연동 신용대출 실적은 565억 원(884건)이었다.

외환은행도 전세대출과 중도금 대출에 코픽스를 적용하고 있다.

농협은 이달 말 코픽스와 연동한 아파트 집단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금리 변동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기 위해 신규 취급 기준을 더 선호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에서 고정금리대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잔액 기준 대출을 많이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윤선희 최현석 기자 koman@yna.co.krindigo@yna.co.kr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