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들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트라넷에 이건희 회장 복귀 소식을 올린 뒤 직원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과거 특검사태 당시 실명으로 회사를 비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자 게시판을 폐쇄하기까지 했던 전력이 있던 터여서 초조감은 더했다.

오전 10시가 넘으며 댓글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복귀를 환영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초조감은 흥분으로 바뀌었다.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우리도 깜짝 놀랐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환영한다는 수백개의 댓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1987년 회장 취임,1993년 신경영 선언에 이은 '3기 이건희 시대'가 직원들의 환영 속에 막을 올렸다.

◆"선장이 돌아왔다"

"경영 복귀의 의미는 세상 사람들의 기대 이상이어야 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만들고 신뢰의 한걸음 한걸음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방에 훅 갈 수 있는 환경입니다. 회장님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복귀를 환영합니다. "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댓글을 올린 직원 대부분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직원들"이라며 "선장이 돌아온 것에 대한 환영의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 회장 퇴진 이후 '삼성다움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곳곳에서 들어왔다. 그룹 차원의 결속력이 떨어져 계열사 간 사업 조정이 쉽지 않았고,과감한 투자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일부 계열사에서는 파벌이 등장하는 조짐까지 보였다는 게 삼성 직원들의 전언이다. 전문경영인들이 모험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예전같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 회장의 컴백은 이런 직원들에게 "구심점이 돌아왔다"는 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창조경영 날개 편다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기대는 곧 '창조경영'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2006년 창조경영을 들고 나왔다. 그는 "21세기는 단순히 상품만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라 창의력과 아이디어,정보를 모아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라며 조직의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창의성을 위해 일하지 말고 놀아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관리의 삼성'에서 탈피해 '창조의 삼성'으로 가려 한 것이다.

당시 젊은 직원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특검사태 등이 터지며 이 회장은 창조경영의 꿈을 잠시 접어야 했다. 이후 삼성은 창조적으로 변모하려고 노력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최근에는 리프레시 휴가 폐지를 놓고 창조경영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우왕좌왕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 관계자는 "단순히 회장이 돌아오는 것뿐 아니라 시대정신을 앞서가는 리더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젊은 직원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삼성 3.0시대가 열리는 순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이 회장 복귀로 '창조의 삼성'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자율 출퇴근제와 발탁인사,권한 이양 등의 조치는 계열사로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평소 이 회장이 "창조경영을 위해서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한 만큼 직원에 대한 투자와 우수 인력 스카우트 작업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기 전 "추격자가 아닌 선두 그룹의 입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요하다"며 주요 사장들에게 글로벌 인력 확보에 주력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인력개발원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설치,전 세계를 대상으로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섰다.

그동안 시장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제품 출시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창조경영과 관련,"앞으로는 삼성만의 고유한 독자성과 차별성을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후 삼성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제품은 LED TV 정도에 불과하다.
삼성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을 만들어낸 창의적 상품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모험적 투자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라며 "이 회장의 복귀가 이 같은 모험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