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드님은 어머니께서 가르치시기엔 벅찬 듯 해요. 인 · 적성 검사는 받아본 적 있나요?"(컨설턴트)

"작년 가을에 학교에서 받았는데 구체적이지는 않더라구요. "(아이 어머니)

지난 5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교육컨설팅 업체 세븐멘토.초등학교 5,6학년 아들 두 명을 데리고 온 어머니 김정아씨(33)가 이 업체 김은실 대표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많이 시키지 않았는데 혹시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서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며 "돈은 좀 들겠지만 공부하는 법을 관리해준다는 것은 좋은 일 아니냐"고 말했다.

'교육1번지' 강남의 사교육이 컨설팅으로 한 단계 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학생이 무슨 책을 보고 어떤 학원을 다닐지에서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법,심지어 학업 스트레스 관리까지 공부에 관한 모든 분야가 컨설팅 대상이다. 강남 학부모들은 조기 공부습관 형성을 위해 초 · 중 · 고생뿐만 아니라 입학 전 자녀까지 컨설팅 업체에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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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때부터 아이 컨설팅 받게 해

컨설팅은 강남에서 입시 학원만큼 일반화돼있지는 않지만 학부모들의 관심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국제중,자립형 사립고교 등이 신설되고 대학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는 등 교육 ·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면서 교육 컨설팅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김정아씨는 "학부모들이 교육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친구 중에도 중1과 초6짜리 자녀를 상담받고 영재원에 보낸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교육컨설팅 업체 스터디코드의 조남호 대표는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200명 정도인데 2007년 개업 당시부터 인원이 거의 다 차 지점을 새로 내려고 하고 있다"며 "개업 이후 대치동에만 컨설팅 업체가 네 군데 더 생겼다"고 말했다. 학부모 권유 없이 학생 스스로 컨설팅을 받으러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스터디코드에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생 이모양은 "아직 성적이 눈에 띌 정도로 오른 편은 아니지만 수학처럼 개념을 이해해야하는 과목이 더 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대부분은 학생이지만 입학 전 아동들이 컨설팅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세븐멘토의 김은실 대표는 "6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키즈 프로그램을 따로 운영하고 있는데 전체 고객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학습 포트폴리오 짜는 데 최고 100만원

컨설팅 업체들은 학생의 학력 수준을 평가하고 어느 부분을 보강해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평가는 과목별 뿐만 아니라 과목 내에서도 분야별로 세분화해 결과가 나온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H양은 올 초 세븐멘토에서 학력평가를 받은 결과 국어의 경우 "어휘 · 어법이나 독해 능력은 보통 수준인데 종합적인 언어사고능력이 또래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른 컨설팅 결과대로 국어는 강남의 Y논술학원을 다니고 국어교육 H인터넷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으며 언어사고능력을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육컨설팅 업체의 단기 1회 상담은 20만~40만원이고 공부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데는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학생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자기주도 학습'도 컨설팅 대상이다. 대학 입학사정관제나 특목고 전형에서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보는 곳이 늘어나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지난 5일 오후 5시께 서초구 서초동의 교육컨설팅 업체 '공부습관트레이닝센터 주인공'은 초등학생 4명을 대상으로 한 자기주도 학습 컨설팅이 한창이었다. 컨설턴트가 "플래닝이 뭔지 아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계획하는거요","꾸준히 하면 중 ·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할 수 있게 되는거요" 등의 답변을 쏟아냈다. 컨설턴트는 '목표 설정','전략','시간배치','실행','피드백'이라는 각각의 단어가 쓰인 카드를 나눠주고서는 플래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그 순서가 어떻게 돼야할지 2명씩 팀을 이뤄 상의토록 했다.

◆컨설팅 효과는'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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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컨설팅 업체 스스로도 컨설팅이 꼭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한 컨설턴트는 "컨설팅을 받아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 학부모와 학생 간에 사전 조율이 잘 안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컨설턴트는 "아이가 컨설팅을 받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다가도 학부모들이 조급하게 '왜 이렇게 성적이 안오르냐'고 타박을 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학이나 특목고 등도 교육 컨설팅이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나 입학사정관제 입시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대해 부정적이다. "오히려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배성한 고려대 대표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이 자기소개서를 받는 것은 학생부에 기록된 사항을 학생으로부터 재차 확인받고자 하는 것인데,기록 사항을 잘아는 건 학생 본인이지 컨설팅 업체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 사정관은 "자기소개서는 400자로 한정하는데 그 짧은 내용에 업체들이 상담한 내용이 끼어들어갈 틈도 없다"며 "전문업체들이 쓰는 문체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비슷한 문체가 발견되면 바로 감점 처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을 고문으로 둔 학원들도 있다고 하는데 웃기는 소리"라며 "미국과 한국의 평가 기준은 다르고 한국 내에서도 각 학교마다 학생들을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입학사정관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심성미/이승우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