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매우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하지만 올봄 이후엔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를 맞게 될 것이다.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피아트 회장) "1년 뒤엔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드느라 엄청나게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잘 준비해야 한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자동차 업계의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올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진행된 각 기업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통해서다. CEO들은 향후 투자를 집중할 분야로 소형차와 전기차를 꼽았다.


◆"자동차 경기 회복세"

노버트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은 "경제위기 여파가 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10만대 많은 130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2년 런던올림픽 후원 활동을 개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스바루 브랜드를 갖고 있는 후지중공업의 모리 이쿠오 사장은 "세계 경제는 이미 회복 국면에 접어 들었다"며 "전기차 등 기술집약적인 부문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1966년과 1989년에 이어 올해 역대 세 번째로 신형 복서 엔진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복서 엔진은 진동을 줄이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하는 스바루의 독특한 수평형 엔진이다.

존 플레밍 포드유럽 회장은 "올해는 소형차 피에스타 등을 대량 판매해 작년처럼 이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해 소형차 부문 호조 등에 힘입어 4년만에 영업수지가 흑자로 돌아섰다.

◆소형차로 승부 건다

소형차는 자동차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게 CEO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몬테제몰로 피아트 회장은 "인기있는 도시형 소형차인 500을 2012년 크라이슬러를 통해 미국시장에도 내놓겠다"고 공개했다. 피아트는 그룹 산하 중소형 스포츠카 브랜드인 알파로메오 역시 같은 해 미국에 재진출시킬 예정이다.

곤 르노-닛산 회장은 "닛산 미크라와 같은 소형차를 2013년까지 전 세계에서 연 100만대 팔겠다"며 "이를 통해 현재 80%인 세계시장 침투율을 94%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호퍼 BMW그룹 회장은 "프리미엄 차종 중에서도 소형차 시장의 전망이 특히 밝다"며 "작은 차급에선 BMW가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후륜구동보다 전륜 및 4륜구동형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비중 늘린다

폭스바겐그룹의 마르틴 빈터콘 회장은 "운전하는 재미를 주면서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차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2018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3% 이상을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카로 채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유럽과 미국,일본에서 차량 소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 이상이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내년부터 전기차의 진짜 폭발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르노-닛산은 일본에 15만대,유럽에 20만대,미국에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 사장은 "202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20%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갖고 있는 다임러그룹의 디터 제체 회장은 "친환경차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한편 디자인이 훌륭한 차를 더욱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그룹 회장은 "전기차의 효용성은 10년쯤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스위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