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남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 생산공장.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제기를 제작하는 이곳에선 수백명의 항공 기술자들이 축구장 3배 크기의 공장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 생산라인을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생산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마하 1.4의 속도를 내는 국내 첫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다. 마침 공군 블랙이글팀에 공급하는 특수비행용 항공기 10대가 검은색과 황금색으로 치장하고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기술자들은 오는 3월 출고를 위해 도장 작업을 끝내고 조종석에서 속도계와 고도계,수평자세계 등을 최종 점검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T-50 옆 생산라인에는 기본 훈련기인 KT-1이 날쌘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기 동체를 3부분으로 나눠 조립하고 항공기에 있는 4000여개의 구멍을 볼트로 메워 고정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항공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001년 인도네시아,2007년 터키에 수출한 효자 상품이다.

배기홍 KAI 항공기생산기술1팀장은 "KT-1에 이어 올해 T-50 수출도 반드시 성공시켜 세계 6번째로 전투기급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가에 진입할 것"이라며 "T-50은 미래에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항공산업의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50 같은 항공기 1대를 생산하기 위해 부품 주문에서 완성까지 2년 정도 걸리며 부품 준비가 완료된 뒤부터 완성까지도 1년이 소요된다"고 소개했다.

KAI는 최근 T-50을 싱가포르에 수출하기 위해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에 수출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KAI는 올해 T-50 수출을 성공시키고 2030년까지 1000대(250억~300억달러)를 판매한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수출을 통해 2조여원의 개발비용을 뽑아내고 향후 차세대 '달러 박스'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KAI는 T-50 양산을 통해 47억달러의 국내총생산(GDP) 증대와 함께 협력업체를 포함해 연인원 2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T-50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다. 세계 최초로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을 활용,제작 비용이 다른 외국 회사 제품보다 20% 이상 싼 점이 강점이다. 훈련기임에도 디지털 비행제어기술을 장착하는 등 첨단 전자 및 무장제어 시스템을 얹었다. 각종 공대공 미사일과 유도무기를 장착하면 경공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김형준 KAI 경영기획실장(상무)은 "T-50의 여러 장점을 내세우기 위해 올해 싱가포르 등 외국 로드쇼에 참가,아시아 시장은 물론 유럽과 미국시장 공략까지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천=김태현/장창민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