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G2 리스크'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공포로 풀이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재정적자 축소,중국은 은행대출 억제라는 방식을 통해 그간 위기 극복을 위해 취했던 정책을 되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세계경제 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특히 G2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2 출구전략 시동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7일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을 통해 3년간 정부의 재정지출 규모를 동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동결안은 국방,재향군인 보훈,국토안보,국제원조 분야를 제외한 상무,내무,법무,노동,환경보호 분야의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골자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10만달러 이상 임금을 받는 백악관 관료들과 대사를 포함한 고위 임명직 총 1200여명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산국장은 지난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경제성장과 실업 대응,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2011년부터 재정건전성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경제회생을 위해 경기부양과 구제금융 등을 통해 막대한 돈을 썼지만 앞으론 정부지출을 줄이는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보다 센 강도로 금융 긴축에 돌입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7일과 12일 각각 3개월 만기 국채와 1년 만기 국채의 금리를 0.04%포인트와 0.08%포인트 인상했다. 18일엔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했으며 19일엔 1년 만기 통화안정증권의 금리를 0.08%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인민은행은 25일 공상은행 등 대형은행에 지준율을 추가로 0.5%포인트 올릴 것을 지시했으며 일부 은행에 이달 말까지 신규 대출을 전면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설을 전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경제에도 타격 우려

윤여봉 국제금융센터 부소장은 이날 과천 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향후 중국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심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경기회복 모멘텀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정책변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 출구전략의 배경과 파급영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출구전략 시행이 한국에 다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의 긴축은 중국 수출비중이 23.9%에 이르는 한국에 수출 감소를 불러와 성장 둔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중국의 출구전략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아시아 국가 전반에 통화가치 절상압력 요인이 돼 한국의 원화가치도 동반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며,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G2의 출구전략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우리 경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의 출구전략과 관련해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이며 재정건전성 강화 정책은 2011년부터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준동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