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0' 기조연설대에 독특한 모바일 기기를 하나 들고 나왔다. LG전자가 올 하반기 출시할 스마트폰과 넷북(미니노트북)을 결합한 'PC폰'이다. 오텔리니는 "지금까지 본 어떤 모바일 기기보다 빠르고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고 치켜세웠다.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새해 첫 격돌 무대인 이번 CES에선 상상을 뛰어넘는 첨단 기술들의 결합 및 진화가 만들어낸 차세대 IT(정보기술) 기기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까지 겨냥한 PC폰을 비롯해 모바일과 인터넷 전자책의 결합,키보드 없는 태블릿PC,최고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탄생시킨 신종 IT기기와 기술들이 전자제품 트렌드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통신과 컴퓨팅의 결합

LG전자가 인텔과 함께 개발한 'GW990'은 휴대폰과 PC를 묶은 신개념 모바일 기기다. 4.7인치 고해상도 화면을 통해 인터넷 사용,문서 작성,화상 통화까지 가능하다. 인텔의 차세대 모바일 플랫폼(프로세서를 포함한 통합 칩세트) '무어스타운'을 탑재했다. 화면이 작아 인터넷 사용이 불편한 스마트폰,통화 기능이 없고 들고 다니기엔 불편한 넷북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에 들어간 인텔의 무어스타운 플랫폼은 모바일 기기로는 가장 빠른 1.2기가헤르츠(㎓)의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며 "하반기 제품 상용화 때는 초고속으로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4세대 이동통신,LTE(롱텀에볼루션) 기술까지 담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2위 PC 업체인 델은 통신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쓴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통신과 컴퓨팅의 영역 구분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의 스마트폰 회사인 팜은 신제품 '프리 플러스'에 각종 게임 기술도 담았다.

◆자동차와 IT의 융합

자동차 회사와 IT 기업 간 협업도 늘었다. 그래픽 칩세트 업체인 미국의 엔비디아는 독일 자동차 회사인 아우디와 함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선보였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 '테그라'가 들어간 이 시스템은 3차원(D) 지형 데이터,실시간 교통 상황뿐만 아니라 DVD,MP3 플레이어 등과 연동해 다양한 멀티미디어도 즐길 수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차량용 시스템을 발표하기 위해 단독 부스를 차렸다. MS는 이곳에서 운전자의 목소리만으로 라디오 주파수,CD 음악,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첨단 제어 장치를 선보였다. 포드 피아트 기아자동차 등의 차량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전자책과 태블릿PC의 무한 진화

아마존의 '킨들'이 장악해 왔던 전자책(e-book)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 조짐이다. 미국의 IT 업체인 플라스틱로직은 각종 통신기능을 담은 전자책 '큐 리더'를 내놓았다. 와이파이(무선랜),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뿐만 아니라 3세대(G) 이동통신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소니도 미국 이동통신사 AT&T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책 '리더 데일리 에디션'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통신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단말기 이용자가 늘어나면 전자책으로 종이신문을 받아보는 세상도 곧 올 것"이라며 "화려한 그래픽을 담은 잡지 등도 전자책에 서비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 시장의 확대도 예상된다. HP,애플 등이 이미 관련 단말기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스티브 발머 MS CEO는 "태블릿PC의 확산으로 키보드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콘텐츠로 무장한 3D TV도 뜬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 글로벌 전자회사들의 '3D TV' 선점 경쟁도 뜨겁게 펼쳐졌다. 이들 업체는 3D TV와 콘텐츠의 결합이 관건이라고 판단,영화사 방송사 등과의 제휴에도 적극 나섰다. 두께 1㎝ 이하 제품을 앞세워 초슬림 경합도 벌였다.
삼성전자는 할리우드 대형 영화회사인 드림웍스와 제휴를 체결,3D 전용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한 데 이어 연내 10개 정도의 콘텐츠 업체와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올해가 3D TV 성장의 원년으로 내년부터 폭발적인 시장 팽창이 일어날 것"이라며 "차별화한 콘텐츠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소니픽처스 등 계열사를 통해 3D 콘텐츠 제작 등에 구축한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은 "3D TV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벽히 구축한 곳은 소니뿐"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김용준/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