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은 내년 매출 25조원,수주 33조원,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29일 확정했다. 내년 수주 목표 33조원은 올해 예상액 16조원보다 배 이상 많다. 매출 목표 역시 올해 예상치인 23조원보다 9% 가까이 늘렸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내년 창업 10년을 맞아 대약진을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호랑이띠 최고경영자(CEO)인 강 회장(59)에게 내년은 여러모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내년을 2020년까지 제 2의 초고속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창업 10년,범의 기상으로 제2 도약

내년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30여년을 살아온 강 회장이 2001년 2월 상여금으로 받은 자사주 1000주를 기반으로 쌍용중공업 주식을 사 모아 STX를 창업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0년이 부실기업을 하나씩 사 모아 매출 20조원 이상의 거대 그룹을 만들어온 '마술같은' 시기였다면,앞으로의 10년은 조금 다르다. 지난 10년간의 성장을 다듬는 동시에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는 시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STX의 큰 그림을 다시 그리기 위해 내년은 그만큼 중요하다.

내년이 각별한 이유는 또 있다. 1950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범띠 CEO인 강 회장은 내년에 회갑을 맞는다. 그는 "지난 10년간 조선 · 기계 · 해운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성장해왔지만 내년은 에너지 · 플랜트 · 건설 등의 신사업 분야에서 STX가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혀왔다. "범띠해를 맞아 흰 호랑이(白虎)의 기상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나아가 진정한 월드베스트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더 부지런히 뛸 계획이다. 현장경영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나에서 1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 건설사업을 따낸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도 "역시 현장에 답이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아프리카 중남미 러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을 중점 거점으로 설정하고 건설 · 플랜트,에너지 · 자원 개발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 계열사별 단일 사업 수주를 탈피해 그룹 차원의 패키지 수주도 추진하기로 했다.

◆에너지 · 플랜트 확대 수주액 배로 늘린다

공격적인 새해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 회장은 사업부문별 중점 추진과제를 마련했다. 조선 · 기계 부문에서는 글로벌 3대 생산 거점(부산 · 진해,중국 다롄생산기지,STX유럽)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사업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주를 확대,내년 총 14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STX팬오션을 중심으로 한 해운 · 무역 부문은 국내 해운회사 중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실적 회복)를 달성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을 통해 내년 9조원의 매출을 일궈내기로 했다. 장기 계약과 주요 화주와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안정적 수익기반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플랜트 · 건설 및 에너지 사업은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그룹 관계자는 "가나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수주하며 올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플랜트 · 건설부문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에너지부문 역시 해외 자원개발,신 · 재생에너지,발전사업 등 3대 사업축을 미래 수익 사업부문으로 육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창민/박민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