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귀퉁이에서 밥을 짓고,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데 만족했던 전기밥솥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큰 방향은 조리영역을 넓히고,최상의 밥맛을 구현해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각종 조리 메뉴를 다운받는 '네트워크 쿠킹'은 물론 자동 세척,음성 내비게이션 기능을 갖춘 '똑똑한 밭솥'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국내 밥솥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쿠쿠가 선보인 '네트워크 쿠킹 밥솥'은 찜류를 비롯해 각종 메뉴를 요리할 수 있는 만능 조리기로 신세대 주부들에게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필요한 메뉴를 내려받아 자신만의 맞춤요리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컴퓨터와 연결해 압력패킹 교체 시기,보온시간 확인,균형 잡힌 식단 계획 수립 등 밥솥 사용환경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홈(옛 부방테크론)이 지난달 말 시장에 내놓은 전기압력밥솥(모델명 LJP-HG100CV)은 다양한 조리 매뉴얼을 내장,간단한 조작만으로 각종 찜류를 비롯해 삼계탕 영양죽 발아현미밥 등을 요리할 수 있다.

첨단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편의 기능은 업그레이드 추세다. 쿠첸의 '블랙빈IH압력밥솥'은 음성 내비게이션 기능을 채택,밥을 지을 때 메뉴 선택 과정을 말로 알려준다. 리홈의 '다이아몬드 밥솥'은 버튼식 누름 방식이 아닌 휴대폰 등 고급 IT기기처럼 터치 방식을 채택,사용의 편의성과 디자인의 고급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무쇠솥이나 가마솥 등의 밥맛을 재현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밥솥의 주력 모델은 바닥만 가열했던 열판 방식을 보완,장작불을 피우는 것처럼 밥솥 전체를 가열하는 IH(Induction Heating) 방식의 압력밥솥.그간 밥솥은 보온이 가능한 전기보온밥통에서 취사 기능을 더한 전기보온밥솥으로,이어 전기압력밥솥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따라 밥솥업계는 내솥(밥솥의 내부)의 소재 차별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쿠쿠는 최근 출시하는 많은 제품에 내솥을 천연곱돌 원석으로 내장하여 판매하고 있다. 쿠쿠 관계자는 "가마솥의 밥맛을 살리기 위해 천연곱돌 원석을 쓰고 있다"며 "돌에 금속을 입히고 열을 가하는 기술 등 천연곱돌 내솥을 만들기 위해 100가지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외부는 열전도율이 좋은 동 위에 황금으로 한 번 더 감싸 내솥을 9겹으로 만들고 있다.

리홈도 지난달 밥맛과 보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3.6㎜의 9겹판재 내솥을 적용한 프리미엄 전기압력밥솥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적당량의 물을 넣으면 뚜껑이나 노즐 부분을 자동으로 씻는 '자동 세척 기능'을 비롯해 밥 마름 및 변색을 막기 위한 '스팀 보온 기능'도 갖고 있다. 쿠쿠 리홈 등은 내년 출시 목표로 열전도율이 좋은 다이아몬드 등 각종 신소재를 적용한 내솥을 개발,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