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땐 '빈 라덴' 에 떨고 금융위기땐 '버냉키' 에 갈채
지난 10년간 세계를 이끌어온 인물은 누구일까.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현재의 세계를 만들어낸 영웅과 악당,스타 등 50인을 선정했다. 9 · 11 테러로 시작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마무리된 지난 10년의 세월은 △테러와의 전쟁 △금융위기 △신흥국의 부상 △기후변화 등이 주요 이슈였으며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인물이 명멸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악당' 양산

2001년 9 · 11 테러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이 전장으로 변했고 서방은 테러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9 · 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은 지난 10년간 서방 첩보기관의 추적에도 불구,건재를 과시하며 대표적인 '악당'으로 부상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이란 핵문제'란 골칫덩어리를 선사했다.

빈 라덴에 맞서 테러와의 전쟁을 주창한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미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대규모 재정적자를 유산으로 남겼다. '부시의 푸들'로 불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세계 분쟁지역에 미국과 함께 휘말렸다.

부시를 이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다극화시대 새로운 리더십의 기수로 떠올랐으며,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급부상하는 중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뽑혔다.

이 밖에 앨 고어 전 미 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브라질 경제성장을 이끈 점을 인정받아 50대 인물 명단에 올랐다.

◆경제위기 탈출 이끈 '구루'

닷컴 버블과 신경제 시대의 도래로 시작해 금융위기의 파국으로 끝난 지난 10년간의 경제지형에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가장 빛난 '스타'다. FT는 그의 리더십이 2차 대공황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18년 이상 FRB를 이끈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물가안정 속에 고성장(골디락스)을 이끈 신화적 인물로 추앙받다가 버블 붕괴 이후 비판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위원회 위원장은 중국 은행들의 건전성을 지켜낸 인물로 호평받았고,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존의 안정을 이끈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경제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50대 인물로 꼽혔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인터넷 유통과 전자책 시장을 개척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지난 10년을 이끈 경제인에 선정됐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류촨즈 롄샹(레노버) 창업자,스티브 잡스 애플 CEO,락시미 미탈 아르셀로미탈 그룹 회장,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이 시대의 대표 경제인에 이름을 올렸다. 문화 분야에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가수 비욘세,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애니메이션 영화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과학저술가 리처드 도킨스 등이 시대를 이끌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