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경제ㆍ체육 활동 걸림돌 완전 제거

정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특별사면키로 함에 따라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이후 불거진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이 13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위해 이 전 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경제계, 체육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용해 31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키로 함으로써 이 전 회장은 경영권 편법승계와 관련한 모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그동안 법적으로 `범죄인' 신분이었다.

서울고법이 지난 8월 조세포탈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 중 벌금 1천100억원은 지난 9월 완납했으며, 나머지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부의 배려로 법적인 굴레에서 벗어나더라도 유죄가 확정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면이 단행됐다는 점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은 2000년 6월 법학교수들이 에버랜드 CB 헐값발행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이 전 회장 등 33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3년간 수사를 벌인 끝에 공소시효를 하루 남긴 2003년 12월1일 에버랜드의 전ㆍ현직 사장을 기소했고,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그러다 2007년 11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에서 7년간 근무하다 퇴사한 김용철 변호사가 "자신이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이 전 회장에게서 정치인과 법조인을 상대로 로비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을 계기로, 이른바 `삼성비자금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특검법에 따라 출범한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이 전 회장 자택과 삼성본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100일가량의 수사 끝에 작년 4월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주요 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과 2심은 조세포탈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을 뿐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BW 헐값 발행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는 유죄, 에버랜드 사건은 무죄로 확정했지만, 삼성SDS BW 관련 혐의에는 적정 행사가격을 다시 산정하라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 8월 삼성SDS BW 저가발행의 손해액(배임액)을 227억원으로 산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형량은 정상을 참작해 앞서 조세포탈 혐의로 확정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을 유지했다.

삼성 측은 이 전 회장이 실형을 면한 데 안도하며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 전 회장은 인신구속을 피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특별사면까지 받음으로써 경제는 물론, 체육 관련 활동 등을 제약해온 모든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