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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8일 4대강 예산과 나머지 예산안을 분리 처리하는 '투트랙' 협상에 전격 합의했다. 한나라당 안상수,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투트랙 협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9,30일 이틀간 각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정상 가동해 예산안을 제외한 100건의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예산국회가 파행으로 끝나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당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미디어법 때처럼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일이 없도록 법안 처리가 끝나면 퇴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협상) 시한을 못박지 않고 우리의 제안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곧바로 협상에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대강 예산 협상은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예결위원장인 박병석 의원이 맡고 나머지 예산에 대해서는 양당 예결위 간사 채널을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투트랙 합의는 여야 모두 사상 초유의 준예산편성시 쏟아질 비판 여론이 부담스러운 상황인 데다 민주당의 경우 4대강 예산을 앞세워 전체 예산안을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에서 47조원 규모의 원전공사를 수주하면서 나타난 '원전효과'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극적으로 투트랙 협상에는 합의했지만 여야 간 4대강 예산에 대한 인식차가 워낙 커 최종 타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 기류가 지배적이다. 한나라당은 최대 5000억원 안팎 규모에서 4대강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인 데 반해 민주당은 자체 예산안을 통해 수자원공사의 채권발행 이자 보전비용 800억원을 포함,1조4520억원 삭감을 들고 나왔다. 총액 삭감 규모에서는 이전보다 여야 간 편차가 줄었지만 최대 쟁점은 수자원공사의 채권 이자비용 800억원이다. 이 부분만 절충점을 찾는다면 4대강 예산을 5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 깎는 수준에서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여야 간 인식차는 극명하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는 "보 준설 등 사실상의 대운하 사업 공사비가 대거 포함된 수자원공사의 채권발행 이자를 예산에 반영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4대강 예산에 대운하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단 1원도 없다"며 야당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여야의 투트랙 협상이 사실상 '마이웨이'를 가기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양보할 만큼 했다며 강공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을 취할 수 있고 민주당은 민생법안은 처리해주면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30일까지 투트랙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남는 시나리오는 한나라당의 예결위장 탈환을 통한 표결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은 않겠지만 질서유지를 위한 경위권은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능한 한 예산 처리의 책임을 의장에게 떠넘기지 말고 한나라당이 예결위 처리와 본회의 표결 수순을 밟아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현재 민주당이 점거하고 있는 예결위장 탈환에 나설 경우 보좌진도 출입이 가능한 예결위장의 성격상 여야 의원과 보좌진,국회 경위들이 뒤엉킨 연말 활극이 연출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 점거 중인 예결위장을 물리력으로 탈환에 나설 경우 의원들만 출입이 허용된 본회의와 달리 예기치 않은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결위를 통과하더라도 이어 본회의에서 또 한차례 물리적으로 충돌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예결특위를 제3의장소로 옮겨 단독 처리하는 우회로도 고민 중이나 이는 국회법 110조와 113조가 명시한 '국회 표결 결과는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는 내용과 배치돼 가능성이 낮다.

한나라당은 최후의 카드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김 의장이 "전례가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예산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1월로 넘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야당과의 물리적 충돌 대신 차라리 해를 넘겨 초유의 준예산편성시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이고 이를 앞세워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