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때엔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오너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타격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 등은 28일 잇따라 가족기업의 장점을 분석하는 기사를 싣고 경제위기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낡은 논란이 뒤로 물러나는 대신 사업실적이란 현실적 문제로 사회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요하킴 슈바스 스위스 IMD경영대학원 교수의 분석을 인용,"혈연관계로 운영되는 기업들이 위기 때 강점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슈바스 교수는 "독일의 자동차부품업체인 셰플러처럼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경영으로 운영되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위기시 실적이 좋았다"며 "전체 가족기업의 70% 정도는 다른 일반 기업들처럼 위기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지만 20%가량은 위기 때 오히려 경영실적이 좋았고 10%는 아주 특출난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FT는 가족기업들이 기업 지배구조에서 한 주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경제의 등뼈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슈바스 교수는 특히 "지난 2년간의 위기는 소유와 경영이 일치하는 가족기업,오너경영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된 시험무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와 사업다각화,낮은 레버리지(부채비율) 수준 등을 오너기업들이 위기 때 우수한 실적을 보이는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4대째 영국에서 맥주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풀러스미스앤드터너의 마이클 터너 사장은 "가족기업들의 경우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10~20년 뒤 장기 목표를 바라보고 회사를 경영한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귀금속전문 가족기업인 헤라이우스의 헬무트 에쉬베이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이 원하는 것이 이윤의 최대화가 아닌 위험의 최소화"라며 "가족기업들이 5~6세대에 걸쳐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회사의 안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100대 부호 중 한 명으로 주류업체인 외트커그룹의 아우구스트 외트커 회장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가족기업인 덕분에 경제위기 시 계열사별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고 근로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